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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高’에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커진다
IMF 등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 도미노
물가, 10년 만에 4%대 고공비행
통화정책 정상화 속에 코로나·전쟁·봉쇄 등 불확실성 증폭
[연합]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제 속 물가상승) 공포가 커지고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이라는 ‘3고(高)’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중국의 록다운(봉쇄) 등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내달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물가를 잡으면서 저성장을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난제를 떠안게 됐다.

24일 경제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자재 등의 공급이 불안해지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빅스텝(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세계 경제가 얼어붙고 있다.

세계 최대 중간재 공급처인 중국의 록다운은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경기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글로벌 경제에는 어두운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9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6%로 제시했다. 이는 1월 전망치 대비 0.8%포인트나 대폭 하향 조정한 것이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 및 주요 선진국 대비로는 소폭이지만 IMF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 전망률을 1월 전망치보다 0.5%포인트 낮은 2.5%로 봤다.

주요 기관도 잇따라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와 무디스는 최근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7%로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도 종전 대비 0.4%포인트 낮은 2.8%를 제시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12월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로 제시했는데,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정부 목표치에 이르기 어려울 걸로 생각된다"며 "오는 6월 중순에 새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전망치를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2%대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 관련 콘퍼런스 등에서 "지난 30년간 한국 경제의 성장 능력을 나타내는 장기성장률이 5년에 1%포인트씩 규칙적으로 하락해 0%대를 향해 가고 있다"며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장률은 떨어지는데 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4.1% 오르면서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4%대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3.2%)에 9년 8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선 뒤 11월(3.8%), 12월(3.7%), 올해 1월(3.6%), 2월(3.7%)에 걸쳐 5개월 연속 3%대를 보이다가 지난달에는 4%마저 돌파했다.

국제유가와 곡물가 상승, 글로벌 공급 차질 등 대외적 물가 상승 요인에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요인까지 가세하면서 물가 상승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IMF는 올해 한국 소비자 물가 전망치를 4.0%로 수정했다. 지난달 연례협의 당시보다 0.9%포인트 대폭 높인 것이다.

따라서 내달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를 벗어나야하는 숙제를 떠안게 된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연초부터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경고해왔고, 그 상황이 심화하고 있다"며 "특히 해외에서의 에너지 비용 상승분이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을 만들고 있어 우리 경제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가 안정이 급선무라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미국이 급격히 금리를 올리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자본 유출이나 우리나라 금융 시장의 자산 가격 불안이 생길 수 있는 만큼 그에 대비하기 위해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는 "물가 상승 압력이 우리나라 내부 수요가 아니라 해외에서 시작된 것이라 현재로선 금리밖에 대책이 없다"며 "기재부가 물가를 올리지 말라고 꾹 눌러놓는 방식으로 관리한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별로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조 개혁을 통한 저성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인호 교수는 "잠재성장률 문제는 중장기적인 이슈로 우리나라 경제 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우리 경제는 정부가 (민간에 무언가를) 자꾸 하려고 하고, (민간은) 정부에 의존하는 방식이어서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열심히 할 유인을 싹 없애놓고 열심히 해서 성장하자고 하면 말이 안 된다"며 "성장 잠재력을 바꾸려면 민간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구조개혁을 통해서 잠재 성장률을 높여야 저성장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들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기술 진보와 생산성 향상 및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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