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125兆 ‘껑충’
삼성전자 10兆 늘고 SK하이닉스 70% 상승
“여전한 불확실성…규제완화·세제지원 절실한 때”
[게티이미지] |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지난해 국내기업들의 보유 현금이 역대 최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지속과 대통령 선거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투자 결정을 뒤로 늦추는 기업들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로써 기업들의 ‘실탄 장전’은 어느 때보다 충분히 이뤄진 셈인데, 새정부가 약속한 ‘모래주머니 벗기기(규제완화)’ 작업이 얼마나 속도감있게 진행되느냐가 투자 이행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1년 자금순환’ 자료에 따르면 작년말 국내 민간기업이 보유한 현금(예금) 자산 규모는 885조원으로 1년새 125조원(16.5%)가 늘었다. 이는 해당 통계 작성이 시작된 지난 2008년 이후로 가장 큰 증가 규모다.
자금순환 통계상 민간기업은 금융기관을 제외한 주식회사, 유한회사, 합자회사, 합명회사 형태의 모든 법인기업과 개인기업 중 일정 규모 이상의 비법인기업을 포괄한다. 2017년만 해도 500조원대였던 현금 자산 규모는 2020년 한해에만 124조원이 늘었다가 작년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확대, 올해는 900조원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LG전자, 롯데쇼핑 등 5대 그룹 대표회사들이 갖고 있는 현금은 지난해 큰 폭 증가했다. 각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5개사의 작년말 현금(현금성자산 포함) 규모는 65조3353억원으로 1년새 15조3050억원(31%)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이 기간 중 29조원에서 39조원으로 10조원 가량(33%) 늘었고, 현대자동차는 9조9000억원에서 12조8000억원으로 약 3조원(30%)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3조원에서 5조원으로 2조원 가량 확대, 5대 기업 중 최고 증가율(70%)을 나타냈다. LG전자는 5조9000억원에서 6조원으로 증가, 가장 낮은 증가세를 보였고 롯데쇼핑은 1조9000억원에서 2조4000억원으로 5000억원(25%) 가량 늘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 투자계획에 대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기업의 49.5%가 올 투자계획이 없거나 아직 계획 미수립 상태라고 답했다. 또 기업들이 체감하는 국내 투자환경은 100점 만점에 65.7점으로 조사됐다. 투자위축 요인으로는 고용 및 노동규제(35.3%)를 가장 많이 꼽혔다.
전경련 관계자는 “올해도 바이러스 확산, 원자개 가격 상승,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경영 불안요소가 산적해 기업들이 섣불리 투자를 확대하기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규제완화, 세제지원 등 투자활성화를 위한 정부 지원이 절실한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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