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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상자산거래소, 금융 아류 아닌 미래금융 전초기지”
가상자산 10년, 오늘과 내일
허 대표, 은행·증권 거쳐 빗썸 합류
가상자산거래소 제도권 안착 주도
사행성 이미지 털고 자산 한 축으로
작년 영업익 7821억…매출 1조 넘겨
“블록체인 통해 세상을 효과적으로”
전통 금융사는 블록체인 연구 부실
가상자산거래소와 협업 모색 바람직
허백영 빗썸 대표는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빗썸 사무실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블록체인을 이용한 가상자산이 인류에 소개된 지 10년이 됐는데 이제는 인정을 받는 시기로 진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섭 기자

“가상자산거래소를 전통 금융권의 아류로 보는 시각이 있는데 실제로는 ‘미래 금융’을 가장 앞서서 준비하고 있는 곳이 가상자산거래소입니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에 대한 기존 금융회사들의 연구는 너무 부족하고 부실했다고 생각합니다”

허백영 빗썸 대표이사는 한국씨티은행, 씨티캐피탈, ING은행, ING증권 등을 거친 전통 금융권 출신이다. 가상자산 열풍이 거세게 불기 시작한 지난 2017년 빗썸에 합류하며 새로운 시장에 발을 들였다.

2020년 5월 빗썸 대표이사에 오른 허 대표는 그동안 거래소의 제도권 안착에 주력해왔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빗썸이 제출한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서를 수리하면서 비로소 합법적인 사업자 지위를 획득했다.

허 대표는 당시 고객들에게 전한 감사편지에서 ‘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은 격류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모두가 낯설어했던 미지의 투자자산이 이제는 한 국가의 주식 거래량을 넘어서는 주류로 자리매김한 셈입니다’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상자산 시장의 현주소를 되짚었다.

가상자산 이제서야 조금씩 인정받는 듯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빗썸 사옥에서 만난 허 대표는 “블록체인을 이용한 가상자산이 인류에 소개된 지 10년이 됐는데 이제는 인정을 받는 시기로 진입한 것 같다”며 “본질적으로 (인류가) 블록체인과 친숙해졌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빗썸에 합류한 지난 2017년만 하더라도 정부 당국자들과 만나 업계의 입장을 전달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당국에서 먼저 만남을 제안해온다고 밝혔다.

그는 “2017년만 하더라도 정부의 규제 중심 정책 탓에 가상자산 거래를 사행성 사업으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지금은 당국이 당선인의 공약을 지키기 위해 이전보다 훨씬 더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고 있긴 하다. 결실을 맺으려면 지금보다 좀 더 적극적인 목표를 갖고 상호 논의해나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수익만 좇았다면 지금보다 회사 더 커졌을 것

빗썸은 2018년부터 고객보호 센터를 본격적으로 확장 운영하고, 자체적인 상장 가이드라인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투자자 보호에 주력하고 있다.

허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빗썸은 지난해 내실을 견고하게 다지는 작업에 주력했다. 모바일 앱의 거래 속도를 두 배 높이고, 사용자 환경(UX)을 개선하는 등 고객 서비스 향상을 위한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 그는 “보일러를 뜯어내는 것마냥 기반을 바꾸느라 무척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빗썸이 2014년 국내에서 가장 먼저 가상자산거래소를 만들었을 때는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나갈 지 알 수 조차 없었다”며 “처음 출발할 때와 지금의 형태가 많이 다르다 보니까 그런 부분을 정리한 시기가 2021년이었다”고 말했다.

빗썸은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넘겼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24% 증가한 7821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허 대표는 단순히 수익만 좇는 경영 방식과는 여전히 거리를 두고 있음을 강조했다.

허 대표는 “빗썸이 지금보다 훨씬 더 큰 수익을 보고자 했다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았다. 지금보다 매출을 2~3배 키울 수 있었다”며 “그러나 우리 직원들은 블록체인을 통해 세상을 좀 더 효과적으로 바꾸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훗날 가상자산이 자산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내다보며 시대 트렌드에 맞는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상자산업 넘보는 전통 금융권…쉽지 않을 것

최근 은행·증권 등 전통 금융권에서 가상자산 시장으로 자리이동을 하는 이들이 계속 늘고 있다. 금융회사들 역시 가상자산 사업을 새 먹거리로 삼아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전통 금융권에서 몸 담았던 허 대표는 이를 당연한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가상자산거래소라는 사업 모델이 어느 정도 수익이 된다는 것을 확인하고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잘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아마도 쉽진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기존 금융회사들의 블록체인·가상자산 연구는 너무 부족하고 부실했다. 지금까지 경영진이 가상자산업에 대해 부정적인 자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많은 시행착오 겪을 것이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전통 금융권이 우선 가상자산거래소와의 협업을 통해 출발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것을 만들기보다 지금 있는 거래소와의 연계나 시너지를 생각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보이겠다는 것보다는 연계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고 언급했다.

가상자산업도 인문학적 소양 필요

업종을 막론하고 개발자 확보가 당면 과제로 부상했다. 빗썸 역시 꾸준히 개발자 채용을 진행하고 있지만 인재 확보는 여전히 쉽지 않은 과제다.

허 대표는 “전세계적으로 개발자가 부족하다. 우리도 매년 100여명의 개발자 채용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과거 ‘괴짜 집단’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개발자를 이렇게 단기간에 많이 필요로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작년 초에는 3개월 동안 뽑은 인원이 단 한 명에 그치기도 했다. 올해는 그래도 꽤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가상자산업이 특별히 필요로 하는 인재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이들을 꼽았다. 그는 “금융에 대해 철학적으로 접근해야 된다. 가상자산업은 가치변동이 심한 만큼 당연한 것이 하나도 없다. 모든 것에 도전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일·홍승희 기자

joze@heraldcorp.com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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