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산업연구실, ‘본부’로 승격…바이오 주축으로 기술 신사업 발굴하던 곳
바이오 등 사업과 로봇·메타버스·반도채 등에 대한 전방위 투자 가능성
안중현 삼성글로벌리서치 미래산업연구본부장 사장[삼성전자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헌·이호 기자] 삼성전자의 대형 인수합병(M&A) 핵심 인물이 바이오 신사업을 주력으로 발굴하는 조직으로 옮겨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 정기 인사철이 아닌 시기에 ‘원포인트’ 사장 승진과 함께 보직 이동이 단행돼 삼성전자 M&A 전략이 반영된 인사로 풀이된다. 특히 삼성 M&A ‘키맨’이 바이오를 주력 사업으로 하는 조직을 총괄하게 돼 삼성의 바이오 관련 M&A 추진이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사업지원TF에 있던 안중현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삼성글로벌리서치(옛 삼성경제연구소) 미래산업연구본부 본부장에 선임했다. 이 본부는 기존 미래산업연구실에서 본부로 승격됐다.
안 사장이 맡게 될 미래산업연구본부는 과거 미래산업연구실 당시 바이오를 중심으로 한 신사업을 연구하던 곳으로 전해진다. 바이오 시장 조사 등을 주축으로 하되, 미래 유망 기술을 바탕으로 한 신사업 조사를 맡아왔다. 삼성글로벌리서치의 경우 삼성전자 사업지원 TF의 지시에 맞춰 연구를 진행해온 것으로 업계에선 평가한다.
바이오 중심의 미래 전략을 수립하던 부서의 본부장으로 안 사장이 오면서 향후 삼성의 인수합병(M&A) 방향에 대한 윤곽도 가시화됐다는 분석이 따른다. 삼성전자에서 굵직한 인수합병을 성사시킨 안 사장 이력에 비춰, 바이오와 함께 로봇·메타버스 등의 신사업 분야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안 사장은 2015년부터 삼성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던 미래전략실과 사업지원TF에서 근무했다. 특히 2017년 프리미엄 오디오를 제조하는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 등 대형 M&A 프로젝트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만 인수 총액은 80억 달러(약 9조8000억 원)로, 당시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M&A 사상 최대 규모였다. 또 삼성그룹이 한화·롯데그룹과 진행한 화학·방산사업 매각 빅딜도 그의 작품인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기업 노발레드, 가전 기업 데이코, 의료기기 기업 메디슨 인수가 모두 그의 손을 거쳤고, 코닝, BYD에 대한 삼성의 전략적 투자 역시 안 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삼성의 공격적인 투자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2017년 3월 미국 전장 기업 하만을 인수한 이후 아직 대규모 M&A 행보가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1월말 당시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현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지난 수년간 지속적으로 M&A 대상을 매우 신중하게 검토했으며 2023년까지 의미 있는 규모의 M&A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올해 1월 한종희 DX부문장 부회장 역시 M&A와 관련해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올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한 상황이다.
바이오를 비롯한 전방위적 투자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바이오 산업의 경우 삼성바이로직스를 중심으로 한 투자 기반이 최근 마련됐다는 평가다. 지난 1월 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파트너사인 바이오젠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전량을 23억달러(약 2조7655억원)에 사들이기로 하면서 10년간 지속된 두 회사간 합작 관계에 종지부를 찍었다. 업계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에피스를 사들이면서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키우겠다는 삼성의 전략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에피스를 인수하면 의사결정도 자유로워지고, 민첩성도 커진다. 에피스의 신규 파이프라인 개발, 오픈이노베이션, 신약 개발 등 중장기 성장 전략을 독자적으로 빠르고 유연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M&A 등을 비롯한 신기술도입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단 분석이다.
로봇·메타버스 등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신사업 발굴의 첫 행보는 로봇 사업”이라며 “메타버스 등 신성장 사업을 적극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월엔 독일 증강현실(AR) 헤드업 디스플레이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 ‘아포스테라’를 인수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아포스테라의 솔루션은 하만 디지털 콕핏(디지털화된 자동차 운전 공간) 제품에 적용돼 삼성전자의 AR 기반 전장사업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반도체 판매 1위 삼성전자를 추격하려는 인텔과 격차를 벌이기 위한 반도체 투자 필요성 역시 지적된다.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되는 차량용 반도체 사업 분야 선점을 위해 네덜란드 반도체 업체 NXP, 독일 인피니언 등에 대한 투자 가능성이 거론된다.
최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츠와 외신 등은 삼성전자에게 세계 반도체 시장 1위 자리를 내준 인텔이 M&A 전략을 앞세워 선두 재탈환을 노린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025년 삼성을 넘어 업계 1위를 수성하기 위해 ▷인공지능(AI) ▷자율주행 ▷클라우드 컴퓨팅 및 연결성 ▷반도체 설계·제조 등 관련 투자 보폭을 넓히며 자율주행 기업 모빌아이나 반도체 기업 타워 세미컨덕터 등을 인수했단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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