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특성상 이익 반영 시간 걸려
원자재 상승분 추가 인상 불가피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컨테이너선 [삼성중공업 제공] |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참을 만큼 참았다. 이제는 가격 올려야 한다.”(철강 업계)
“지금도 적자인데 과도한 가격 인상은 대못 박는 격이다.”(조선 업계)
철강업계와 조선업계의 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이 지지부진하게 이어지고 있다. 조속한 협상 마무리에 총력을 기울이는 철강업계와 가격 인상을 최대한 줄이려는 조선업계의 동상이몽 속에서 업계 간 줄다리기가 장기화될지 주목된다.
20일 철강·조선 업계에 따르면 철강 측은 이달 안에 후판 가격 협상을 매듭짓는 데 주력하는 반면, 조선 측은 내달로 넘어가더라도 인상 폭 최소화 입장을 고수하는 등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통상 1년에 두 번 협상을 진행하는데 상반기 협상은 통상 3월말~4월초에 이뤄진다. 두 차례에 걸쳐 각각 t당 약 10만원, 약 40만원씩 후판 가격이 인상됐던 지난해 경우 상반기 협상은 4월 초에, 하반기 협상은 8월 말에 마무리됐다.
현재 후판 가격은 t당 110만원 안팎으로 형성돼 있다. 각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조선3사의 후판 가격은 한국조선해양 112만1000원, 삼성중공업 120만9000원, 대우조선해양 108만5000원이다. 2020년 후판 가격이 t당 66만~68만원에 비해 80~100%가량 인상된 가격이다.
지난해 후판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주 요인은 원자재 가격 급등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5월 t당 233.10달러로 역대 최고가까지 올랐다. 이후 같은해 11월 t당 80달러대까지 떨어진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며 지난 19일에는 t당 149.85달러를 기록했다.
조선용 후판 [현대제철 제공] |
후판 가격 상승폭에 따라 올해 조선업계의 실적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후판은 선박에 쓰이는 6㎜ 이상 두꺼운 철판으로 통상 제조원가에서 15~20%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국내 조선 3사는 2020년까지 이어진 수주 가뭄에 후판 가격 인상이 더해지면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조선사들의 수주 잔량이 늘어나고 있기는 하나 실제 건조까지 2년 안팎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후판 가격이 추가로 인상되면 당장 올해 실적에도 적잖은 부담이 되는 것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수주 실적이 나아지고 있지만 업종 특성 상 매출과 영업이익에 반영되기까지 시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조선업계는 지난해 후판 가격이 크게 오른 데 이은 추가 인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반면 철강업계는 지난해 후판 가격에 원자재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해 이번에는 추가 인상 불가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조선업계 불황 당시 부담을 분담해왔다는 점도 강조했다. 실제로 2015년까지 t당 110만원 안팎이었던 후판 가격은 2016년 이후 60~70만원대로 지난해까지 t당 후판 가격은 사실상 동결을 이어왔다.
이처럼 양 업계의 입장 차가 첨예한 탓에 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이 5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철강업계는 가격 협상을 최대한 빨리 완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조선업계는 후판 가격이 실적에 직결되는 만큼 협상 기간 보다는 인상 폭을 최우선 변수로 꼽는다.
후판 가격을 놓고 양측은 장기 진통을 겪기도 했다. 3년 만에 후판 가격이 인상됐던 2016년 하반기 가격 협상은 다섯달 넘게 이어진 끝에 후판 가격 10% 인상으로 마무리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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