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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중대재해법과 건설사 행정처분, 신중해야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건설업에 대한 중요한 변화가 감지된다. 건설업 생산이 8% 이상 감소하며 7년 만에 가장 큰 내림 폭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전체 산업생산이 0.2% 줄어든 가운데 건설업의 실적 하락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건설업 생산이 감소한 이유는 뭘까. 첫째는 건설자재가격이 오르면서 수급에 차질이 발생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중대재해법 발효로 인한 현장 분위기 위축과 광주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한 공사 중단을 꼽을 수 있다. 중대재해법의 기대와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근로자 보호를 위해 큰 사고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 사업주나 경영자에게 부담을 주는 등 처벌을 강화하는 제도다. 문제는 국내 건설·산업현장에서 경영자와 회사에 대한 처벌 강화만으로 본질적 대책이 될 수 있느냐다. 법 시행 후 사망사고는 다소 줄었지만 유사한 사고가 끊임없이 재발하고 있다. 이는 근본해법에 관한 사회적 공론과 정책 과제를 제기한다.

국토교통부가 3월 28일 발표한 부실시공근절방안에 대해 건설업계는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국토부는 문제가 된 대형건설업체에 대한 강력한 행정처분을 내릴 것을 요청하며 앞으로 부실시공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당한 말이다.

그러나 본보기식 일벌백계의 처벌강화만으로 건설과 제조업 현장의 안전장치가 온전히 지켜지기에는 한계가 있다. 사건사고를 발본색원할 수는 없는 법이다. 주택공급 차질이나 원가상승 압박, 산업 생산성 저하 등의 문제도 야기될 수 있다. 무엇보다 사고의 근본원인과 책임소재를 가리기도 전에 기업의 존폐를 결정하는, 소위 행정처분을 서두르는 절차와 방식이 옳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과도한 규제를 풀고 공급증대와 시장정상화를 추구하는 부동산정책을 구상하고 있다. 오를 대로 오른 시공단가와 위축된 건설경기는 소비자 부담증가와 주택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중대한 인명사고에 상응하는 처벌은 필요하지만 건설사의 등록말소만이 최선의 해법인가에 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대재해법의 취지는 안전에 대한 경각심 고취와 시민·근로자 보호다. 제도의 실효성과 지속성을 확보하느냐는 핵심 관건이다. 예컨대 재건축·재개발과 같은 장기 사업의 안전성과 예측 가능성은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 사망사고 때마다 시공사를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난다면 사회적 갈등은 어떻게 해결하고 비용은 누가 부담할 것인가.

새 정부는 정책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두 가지다. 하나는 인센티브 위주의 적극적 행정을 펼치는 일이다. 건설현장에서 꼭 필요한 일과 작업, 업무방식을 적극 권하는 ‘포지티브’ 방식과 우수업체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택·건설 산업의 품질을 확보하고 각종 사건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가칭 ‘건설품질관리원’ 설립을 제안한다. 설계와 시공을 아우르는 최적의 품질체계를 확보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선진국은 물론 일본, 중국에서도 유사한 기구를 설립·운영해 성공했다. 국내시장에 최적화된 모델을 만들고 품질 관리감독을 강화한다면 사후약방문식 대책이나 본보기식 처벌보다는 훨씬 실효성 있지 않을까.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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