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3만대에 출하…현대차 5위 생산 공장
전쟁 장기화·부품 수급난에 재가동 시점 미지수
현대자동차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현대차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현대자동차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의 지난달 출하 대수가 전년 동월 대비 83.2% 감소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공장 가동이 멈춰선 탓이다.
현대차가 공장 재가동을 위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부품 수급부터 국제사회와의 관계, 현지 시장 붕괴 등으로 장기간 셧다운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2일 현대차의 해외 공장별 판매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HMMR(러시아생산법인)의 출하 대수는 3708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월(2만2032대)과 비교해 83.2% 감소한 수치다.
내수 물량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84.6% 감소한 2970대를 기록했고, 수출 물량은 738대로 72.8% 줄었다. 이마저도 지난달 공장 셧다운 이전에 생산된 차량이 이월 판매된 물량이다.
지난 1·2월만 해도 러시아 공장에서 각각 1만7649대, 1만7402대를 출하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공장 셧다운 여파가 본격화했다.
현재 러시아 공장에서는 현대차의 ‘쏠라리스’, ‘크레타’와 기아 ‘리오’ 등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출하 대수는 23만3804대에 달했다.
러시아 공장은 HMI(인도생산법인, 63만5413대), BHMC(중국생산법인, 36만565대), HMMA(미국생산법인, 28만8967대), HMMC(체코생산법인, 27만5620대) 등과 함께 현대차의 글로벌 5대 생산 기지 중 하나다. 지난해 전체 생산 기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3% 수준이었다.
현대차는 지난달 1일 러시아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한 데 이어, 지난달 24일에는 직원 및 협력사에 무기한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고 공지했다. 미국 등 서방국이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면서 현지 부품 조달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공장 재개 시점도 불투명하다. 부품 수급이 가능해지더라도 여러 손익을 따져봐야 해서다. 당장 러시아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현지에서 차량을 팔수록 밑지는 장사라는 분석도 나온다. 생산 재개 시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의 소비자들의 반발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최근 한국을 비우호국가로 지정한 것도 부정적이다. 러시아는 비우호국가 기업들이 자국 내 영업활동을 중단하면 해당 시설을 전부 국유화하겠다고 으름장까지 놓고 있다.
현대차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러시아가 현대차의 핵심 시장 중 하나인 데다, 동유럽 시장 공략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현대차 관계자는 “앞서 공장 가동 중단을 결정했을 때와 달라진 게 없다”며 “상황을 계속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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