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위 TSMC와 격차 좀체 좁혀지지 않아
TSMC 반도체 제조 라인. [TSMC 홈페이지 캡처] |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세계 1위 기업 대만의 TSMC가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당장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사업 동반 호조가 예상되지만 TSMC의 견고한 벽을 넘어 시스템 반도체 글로벌 1위를 달성하기 위한 장벽 또한 높아졌다는 평가다. 반도체공장 투자를 위한 지원과 인재 육성 등 전폭적인 규제 완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TSMC는 올해 1분기 매출이 4910억7600만대만달러(약 20조8600억원)로,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TSMC의 이번 분기 매출은 전분기보다 12.1%, 전년 동기보다 무려 35.5% 증가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최근 잠정 발표된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매출 역시 예년보다 호조세를 보였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시스템 LSI 포함)시장 점유율이 18.3%를 기록했다. 당시 TSMC는 52.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매출 규모가 TSMC의 약 35%라는 점에서 올해 1분기 삼성전자 관련 사업 매출 규모는 약 7조3000억원일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투자업계의 파운드리업계 매출에 대한 예상 수치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신영증권은 6조5000억원, 이베스트투자증권 7조2000억원, 신한금융투자 약 6조원 등 6조~7조2000억원 규모의 매출 예상치를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삼성전자의 매출 약 4조6000억원보다 1조4000억원 이상 높은 수준이다.
파운드리사업의 예상외 실적 호조세는 공정 관련 판가가 예년에 비해 상승했고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을 비롯한 고성능 컴퓨팅(HPC) 관련 고객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4나노 공정에 대한 삼성전자의 수율이 1분기에 안정화된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지난해 2월 중순 미국 텍사스지역에 불어닥친 기록적 한파로 미국 오스틴 공장이 가동 중단돼 낮아졌던 수익성이 올해 1분기에 회복된 영향도 반영됐다.
그러나 1분기 매출 호조세에도 업계에선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1위 기업 TSMC와 격차를 줄이기 위한 과제가 여전히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7나노 이하의 선단 공정을 위탁하는 퀄컴, 엔비디아 등 글로벌 대형 고객사 확보를 위한 TSMC와 기술력 경쟁은 향후에도 치열하게 진행될 것이란 평가다.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 라인 내 모습. [삼성전자 제공] |
삼성전자의 기술력 확보를 위해 과감한 투자 집행 환경 조성도 관건이다. 대만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은 TSMC는 올해에만 440억달러(약 52조30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위해 2030년까지 투자한다고 공언한 171조원의 약 30%에 해당하는 금액이 한 해에 집행되는 것이다.
인재 유치도 녹록지 않다. 국내에선 오는 8월 ‘반도체 특별법’이 시행되지만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관련학과 정원 증원정책은 빠져 파운드리를 위한 고급 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는 평가다. TSMC는 최근 미국 정부에 “TSMC는 직원의 약 절반이 석사”라며 미국에 새 공장을 짓기 위한 인재 확보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피력하기도 했다. 인재 확보를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면서 이에 따른 국가적 차원의 전폭적 지원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TSMC. [TSMC 홈페이지 캡처] |
국내의 규제 완화 역시 대폭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은 반도체 진흥법안을 통해 2024년까지 미국 반도체 제조·장비시설 투자비의 최대 40%를 세액 공제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국내는 시행을 앞둔 반도체 특별법에서도 최대 20% 수준의 세액 공제만 거론되는 상태다.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도 지지부진하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반도체산업 전반적으로 발전을 위해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ra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