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자국 반도체 산업 지원 육성 잇달아
디지털시대 ‘미래산업의 쌀’ 반도체 산업 확실히 키워야
윤 당선인도 “요즘 전쟁은 총아닌 반도체, 첨단산업 육성”
인재, 투자 지원 절실…말보다 실천이 중요
[헤럴드경제=권남근 기자] 바야흐로 글로벌 산업전쟁의 시대다. 어느새 세계 자유무역 흐름이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보호무역으로 바뀌었다. 미국, 중국, EU(유럽연합) 등 가리지 않는다. 산업별로 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반도체가 대표적이다. 디지털 시대에 반도체는 ‘미래산업의 쌀’로 불린다. PC, 스마트폰 등 IT기기는 물론 자동차, 데이터센터까지 광범위하다.
국내 한 반도체 제조 라인 모습 |
한국은 반도체강국으로 불린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D램, 낸드플래시 등을 중심으로 한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선전으로 한국은 메모리시장에선 점유율 60%로 세계 1위다.
그러나 메모리보다 시장이 약 3배 큰 시스템반도체나 파운드리(반도체칩 위탁생산) 등 비메모리쪽으로 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시스템반도체는 인텔, 퀄컴, 브로드컴, 엔비디아 등 미국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파운드리는 대만의 TSMC가 점유율 53%(지난해 3분기 기준)로 독보적 1위다. 삼성이 열심히 쫓아가고 있지만 17%에 그친다. 전체적으로 한국의 비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4%수준이다. 최근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 생산에 차질을 빚는다고 했을 때 일반 국민들이 “한국이 반도체강국이라는데 왜 그런가”하고 의문을 품은 것도 이 때문이다. 메모리 강자에 가려진 착시다.
최근 들어 미국, 중국, 유럽 국가들은 자국 반도체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미국은 반도체산업에 5년 간 520억 달러(한화 약 63조원)를 투자하는 미국 경쟁법안을 마련했고, EU도 반도체칩법을 통해 430억유로(약 58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국가적 지원속에 각국 기업들의 투자액도 수십조원에 이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지난해 각각 반도체 분야에 43조6000억원과 13조4000억원을 투자했다. 올해도 최소한 이를 능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다른 경쟁국가에 비해 정부 차원의 지원책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지난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은 1280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20% 가량을 차지한 효자다.
반도체는 투자산업이다. 투자 독려를 위한 파격적인 국가적 지원은 물론, 투자세액공제 확대 등을 통해 민간투자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 정부도 지난 2월 반도체특별법을 통한 지원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특히 관련 인력이 태부족이다. 하지만 수도권 대학 입학 정원 제한에 가로막혀 인재육성이 어렵다.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시설 및 인재 투자에 대한 과감한 지원책을 마련해줘야 한다. 국회에 반도체 시설투자세액공제율을 50%까지 높이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이 발의(추경호 의원)돼 있기는 하다.
경기도 이천의 SK하이닉스 M16 전경 [SK하이닉스 제공] |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은 토지부터 세제, 기본적인 인프라 시설까지 다 지원해주는 데 우리는 물과 전기 공급까지도 직접 나서서 확보해야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2019년 발표된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계획은 환경영향평가 등으로 3년 넘게 착공도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2026년 상반기 공장 가동은 불투명하다.
마침 지난달 2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경제 6단체장간의 만남의 자리에서 윤 당선인은 “요즘 전쟁이란 총이 아닌 반도체가 하는 것이란 말이 있다”며 “정부가 할 일도 기업과 경제 활동의 방해요소를 제거하는 데 있다”고 언급했다. 7일 경기도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 방문 일정 중 상공에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보며 반도체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
핵심은 파악했다고 본다. 이제는 실천에 있다. 반도체산업 지원 행보가 국가미래산업 육성에 대한 새정부의 의지를 판단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반도체부터라도 우선 확실히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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