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항 정체 심화…닝보·선전 항 등 대체항구 이용 권고
“중국 수출 둔화가 공급망 악화…기업 재고 감소”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가 상하이 시에 내린 봉쇄령이 연장되면서 세계 최대 물동량을 자랑하는 상하이항의 기능이 마비될 위기에 처했다. 물류대란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 기업들도 수출 및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봉쇄령이 내려진 중국 상하이에서 30일 생활용품을 사려는 주민들이 슈퍼마켓에 몰려들어 장사진을 치고 있는 모습. [연합] |
8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5일까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중국 정부가 단행한 상하이의 봉쇄조치가 무기한 연장됐다.
테슬라와 폭스바겐 상하이 공장은 외부에서 인력과 부품이 도착하지 않아 생산을 멈췄다.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TSMC와 SMIC는 외부와 완벽히 차단된 ‘폐쇄루프’ 방식으로 운영 중이지만, 봉쇄가 길어질 경우 소재 수급이 힘들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기업도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심은 라면을 생산하는 상하이 공장 가동을 지난달 28일부터 중단했다. 오리온도 상하이 공장 가동을 멈췄다. 화장품 업계의 경우 아모레퍼시픽, 코스맥스 등이 생산을 멈췄다.
현재 상하이항의 선적 및 하역 작업이 중단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정체 현상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
지난 3일 상하이국제해운연구센터는 1분기 이후 상하이항에 입항하는 컨테이너선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7% 증가하면서 주당 입출하하는 컨테이너 수가 396척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상하이항이 수용할 수 있는 최대 용량은 주당 400척이다.
센터는 “상하이항은 항상 항구 선박의 체류시간을 72시간 이내로 제어하고 있어 정체가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고 설명했지만, 지난달 21일부터 25일까지 평균 체류 시간은 83시간에 도달했다.
세계 최대 물동량을 자랑하는 상하이 항 모습 [123RF] |
컨테이너 적체가 길어지면서 빠른 수송을 필요로 하는 특수 화물은 이미 상하이항으로 진입 자체가 금지되고 있다. 일본 컨테이너 선사 ONE은 “변질 우려가 있는 냉동식품이나 리튬이온 배터리처럼 위험 물질의 경우 상하이항에서 선적하지 못하고 다른 항구로 이동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공지했다.
연간 컨테이너 물동량이 470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에 달해 세계 최대 무역항으로 꼽히는 상하이항이 적체 현상을 겪는 이유는 봉쇄 결정 이후 트레일러 기사 등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이동이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상하이항그룹(上港集团)은 지난 1일 새로운 방역통행증 정책을 발표했다. 2일부터 상하이를 떠나는 사람은 48시간 이내의 핵산(PCR) 음성 결과 외에 24시간 이내의 항원 검사 결과를 시스템에 등록해야 한다. 상하이 인근 지역인 장쑤성, 저장성, 안후이성도 화물을 선적하는 기업에 방역 정보를 사전에 확인토록 하는 등 엄격한 교통 통제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상하이에서 나온 트럭 기사들이 다른 지역에 진입할 때 고속도로 출구에서 신속항원검사를 하거나 지정된 호텔에서 2주간 격리되는 경우도 있다.
해운 시장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해운시장 조사업체 드루리(Drewry)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해운 노선에서 기존 예정된 580편의 운항 중 39개 운항이 취소됐다. 특히 이 중 74%의 결항이 상하이항을 중심으로 한 환태평양 무역항로에서 발생했다.
상하이 세관이 수입되는 생필품에 대한 하역 우선권을 주는 특별조치를 발동한 것도 중국으로부터 세계로 수출되는 제품의 운송이 지연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닐스 라스무센(Niels Rasmussen) 글로벌 선주협회 분석가는 “중국의 수출 둔화는 공급망 혼란을 악화시키고 기업의 재고를 감소시킬 것”이라며 “이는 추가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각 선사는 상하이항의 적체 현상 장기화에 대비해 화물 선적 장소를 인근의 닝보항이나 선전항으로 옮길 것을 고려하고 있다.
코트라는 중국에 도착한 수출화물의 운송루트를 갑자기 바꾸거나 화물을 계획에 없던 중국 내 다른 지역에 임시로 보관해야 할 경우 공사가 운영하는 중국 내 44개 공동물류센터에서 보관할 수 있도록 지원키로 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확진자가 대거 나와 다수 지역에서 봉쇄조치가 장기화할 경우 상하이항이 마비상태에 이르면서 전 세계적인 공급망 차질은 더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