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계 주식 투자 규모가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쓴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은 7일 가계의 국내주식 취득이 87조6000억원이 늘어나면서 통계편제 이래 최대치를 보였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연합]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지난해 가계의 주식 투자 규모가 또다시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이에 가계 및 비영리단체 금융자산 내 주식 비중도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다만 대출 증가폭 역시 통계 편제 이래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주식 투자의 상당 부분은 대출을 끌어쓴 ‘빚투’로 추정된다.

7일 한국은행의 ‘2021년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가계(개인사업자 포함) 및 비영리 단체의 순자금 운용액은 141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189조9000억원보다 48조7000억원이 줄어든 규모다.

순자금 운용액은 해당 경제주체의 자금 운용액에서 자금 조달액을 뺀 값으로, 보통 가계는 이 순자금 운용액이 양(+)인 상태에서 여윳돈을 예금이나 투자 등의 방식으로 기업이나 정부 등 다른 경제주체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가계의 순자금 운용액 감소는 대출이 늘고 소비가 회복되며 자금 조달이 확대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가계는 192억1000만원의 자금을 끌어왔고, 이 가운데 금융기관 차입이 189조6000천만원에 이르러 기록을 경신했다.

방중권 한은 경제통계국 자금순환팀장은 "가계의 대출 등 자금조달 규모가 늘어난 것은 주택 관련 대출 수요가 이어진데다 소비 회복으로 판매신용(결제 전 카드사용액 등)도 10조4000억원이 증가하며 통계 편제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금운용을 부문별로 살펴보면 가계의 예금 증가폭은 지난해 333조3000억원으로 전년(363조8000억원)에 비해 축소된 반면, 주식 투자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국내 주식 취득은 87조6000억원, 해외주식 취득은 22조9000억원이 증가했는데 각각 역대 최대 규모다. 이에 따라 작년 말 기준 가계의 국내주식과 해외주식 취득 잔액(944조6000억원, 77조3000억원) 역시 기록을 새로 썼다.

이에 따라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전체 금융자산 내 주식의 비중도 2020년 말 19.4%에서 지난해 말 20.8%로 늘어 처음 20%를 넘어섰다. 2020년 말 기준으로 비교하면 우리나라 가계의 주식 비중(19.4%)은 미국(36.9%)과 프랑스(22.2%)보다는 낮지만 영국(10.4%), 일본(10.9%) 등 주요국을 웃도는 수준이다.

다만 지난해 상·하반기를 나눠보면, 하반기 금리인상 가능성 등이 짙어지며 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 열기가 누그러진 것을 볼 수 있다.

상반기 가계의 국내외 주식 취득액은 80조9000억원(국내 65조6000억원·해외 15조3000억원)에 이르는 데 비해 하반기 주식 취득액은 29조6000억원(국내 22조원·해외 7조6000억원)에 그쳤다. 반대로 장기저축성예금은 상반기 10조6000억원 감소에서 하반기 16조1000억원 증가로 돌아서면서 금리 인상 등과 함께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경향을 보였다.

비금융 법인기업의 경우 작년 순조달 규모가 74조3000억원으로 2020년(89조6000억원)보다 줄었다. 수출 호조 등으로 기업의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 자금 사정이 좋아졌기 때문이라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다만 지난해 대출(174조4000억원)과 주식발행(64조3000억원)을 통한 자금조달은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정부 부문의 순조달 규모도 1년사이 20조6000억원에서 12조7000억원으로 축소됐다. 코로나19 등에 대응해 적극적으로 재정을 집행하면서 정부 소비가 늘었지만, 국세 수입이 더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국세청 세수는 2020년 277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334조5000억원으로 57조2000억원이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