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회사는 마진·판매량 ‘두마리 토끼’
탄소배출·서민부담·인플레 신경써 자축 경계
SK이노베이션 울산컴플렉스 전경 |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의 탄소중립법이 지난달 본격 시행에 들어갔지만, 이와 반대로 올 들어 석유 소비량은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가격 부담에도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영향에 휘발유, 경유 등 차량용 제품과 항공유 수요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정유사들은 영업마진·판매량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어서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예상되고 있지만, 사회적 여론을 감안해 드러나게 반기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6일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사이트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 1~2월 국내 석유제품 소비량은 1억6227만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1~2월보다 9.6%(1416만배럴) 증가한 규모로, 페트로넷이 해당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7년 이후 최고치(각 연도 동기대비)다. 휘발유와 경유는 각각 8.4%, 4.2% 증가했고 항공유는 29.3% 늘었다. 윤활유는 42.0%나 상승했다. 1~2월 석유제품 수출량은 7487만배럴로 이 역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1613만배럴) 증가했다.
유가가 오르면 정유사들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정제마진도 동반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구매비용과 수송·운영비 등 각종 경비를 뺀 값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13.95달러로 이 통계가 마련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배럴당 4~5달러 정도를 손익분기점 수준으로 본다는 점을 감안시 정유사들의 증익 규모가 예상치를 웃돌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 정유사들은 유가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시기에 사들인 원유비축분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재고평가이익도 누릴 수 있다. 동시에 최근처럼 수요가 급증하는 경우 고정비 성격의 정제설비 운영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어 수익성에 효과를 보게 된다.
하지만 정유사들은 재작년 발생된 손실을 아직 온전히 메우지 못한 상황에서 유가 급락시 언제든 수익성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며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정유가 타산업 대비 탄소배출 규모가 크다는 점과 기름값이 서민경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 등을 인식한 입장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석유 가격은 경기 둔화를 일으킬 수 있는 고(高)인플레이션의 주범이 될 수 있다. 석유값은 산업 전반의 가격 상승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현대오일뱅크·S-OIL)의 2020년 합산 영업손실(사업보고서 기준)은 5조320억원으로 지난해 발생된 영업이익(약 5조3020억원)으로 간신히 벌충한 상태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지난해 이익으로 아직 전년도 손실을 보전하지 못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현 정부 에너지 정책의 현실적 전환에 교두보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후변화센터장을 지낸 바 있는 한 후보자가 최근 지명 전까지 지난 1년간 S-OIL에서 이사회 의장도 맡았다는 점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 후보자가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에쓰오일에서 전통 에너지 사업의 현주소와 수소 등 클린에너지로의 준비 과정을 봐 왔기 때문에 균형잡힌 에너지 정책을 펼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gi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