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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석유 속 사라지는 주유소…1년새 280곳 증발 [헤럴드 뷰]
전국 영업소 1만개 붕괴도 코앞
새 정부 전기차 확대 맞물려 주목

지난 1년간 전국 주유소 중 300곳 가까이가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빠듯한 마진구조에 유가 변동성으로 인한 손실 위험까지 중첩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친환경 전환 속 내연기관차 시대가 머지않아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신규 판매를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인프라 확대 및 충전요금 동결 등 전기차 관련 정책을 준비하고 있어 이 같은 추세는 더 가속화할 전망이다. ▶관련기사 6면

3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주유 영업소 수는 1만1142곳으로, 2020년(9월 기준) 대비 279곳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7년만 해도 1만2000곳이 넘었던 전국 주유소는 해마다 100~300곳 수준의 빠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속도라면 조만간 1만곳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현재 주유소 1곳마다 국민 약 4600명(올 추계인구 수 기준)이 이용하는 셈이다.

정유사별로 보면 SK에너지의 주유소가 2974곳으로 가장 많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3000곳 밑으로 떨어졌다. 30%를 웃돌았던 주유소 점유율도 26.7%까지 하락했다. 두 번째로 주유소가 많은 곳은 현대오일뱅크로 2390곳이며, 21.5%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20년 SK네트웍스 주유소를 인수하면서 GS칼텍스를 제치고 주유소 수 2위 기업이 됐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S-OIL)은 각각 2246곳, 2138곳이다. 1년 새 주유소 수가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은 GS칼텍스로, 109곳이 사라졌다. 그 뒤로는 SK에너지(86개), 현대오일뱅크(63개), 에쓰-오일(19개) 순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주유소의 ℓ당 마진이 낮은 상태에서 임대료가 오르거나 기름값이 출렁이게 되면 손실을 볼 수 있어 그만두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지 소유주로서도 주유소보다 일반 건물 임대수익을 노리는 게 나을 수 있다.

휘발유·경유 등을 공급하는 정유사들은 전체 매출 중 주유소 비중이 크지 않은 데다 일정 정도의 주유소 수 감소가 소매 수요 위축으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이 때문에 현재로선 주유소 폐업 추세를 크게 우려하지는 않는다. SK에너지는 전체 석유제품의 33.3%(2021년 현재)만 대리점에 납품되고 있으며, 이 중에서도 주유소는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정유사들이 탄소중립 정책 환경에 맞춰 수소 등 대체에너지사업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기에 주유소의 자연 감소를 사실상 용인하고 있다.

차량 구동 방식의 패러다임 전환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도 주유소 수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관측이다. 전기·수소차가 기존 내연기관차를 대체하려면 앞으로도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중장기적 변화를 보고 새로 진출하는 주유소사업자가 크게 줄고 있다.

서경원 기자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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