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대주주 상대 경영권 분쟁 전력 없어
리조트·골프장·쇼핑몰 등 항공업 시너지 노릴 듯
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원호연·유오상 기자] 호반건설이 KCGI(강성부 펀드)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 전량을 인수하며 2대 주주에 등극했다. 이는 일단 장기적인 신사업 의지로 풀이된다. 아울러 경영권 분쟁을 일단락하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우호세력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한진칼 주식 940만주(지분 13.97%)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KCGI가 쥐고 있던 한진칼 지분이다. 취득 예정일자는 내달 4일이다.
이번에 호반그룹이 확보할 한진칼 총 지분율은 17.43%(콜옵션 포함)다. 일단 주식 매입 목적을 ‘단순 투자’ 목적으로 신고했지만, 일각에서는 한진칼의 주주총회 의결권을 확보하는 동시에 추가 지분 매입을 통한 경영권 개입 가능성을 제기한다.
재계에서는 호반건설의 이번 KCGI 지분 인수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백기사가 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과거 호반건설이 대주주를 상대로 경쟁적으로 지분을 인수하며 경영권 분쟁을 벌여온 전력이 없다는 점에서다. 게다가 지분 인수 결정과정에서 한진 측과 교감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럴 경우 한진칼과 호반건설 서로에게 윈-윈이 된다.
조 회장과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 산업은행 등의 지분 합계는 44.39%다. 여기에 호반건설 지분율이 더해지면 조 회장은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이에 따라 2018년부터 KCGI와 벌여온 한진칼 경영권 분쟁도 일단락됐다.
KCGI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과 3자 연합을 결성해 조 회장과 맞섰지만 산업은행의 참전으로 경영권 인수가 좌절됐다. 산업은행이 지난 2020년 11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지원을 위해 한진칼 유상증자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에는 3자 연합이 해제되면서 KCGI의 엑시트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KCGI 산하로 한진칼 지분을 보유한 8개 특수목적회사(SPC) 중 5개는 만기가 지났거나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호반건설이 최근 대한전선 인수 등 비건설 분야로의 투자를 확장하고 있는 점도 지분 인수의 배경으로 꼽힌다. 호반건설은 지난 2015년 아시아나항공을 거느린 금호산업 인수전에 나섰으나 채권단의 거부로 인수 시도가 무산된 바 있다. 이후 아시아나항공 매각에서도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호반건설은 지난 2018년 리솜리조트, 2019년 덕평CC와 서서울CC를 인수하면서 종합레저기업으로 기반을 넓혔다. 호반그룹의 유통 등을 맡고 있는 호반프라퍼티는 2011년 스트리트형 쇼핑몰 아브뉴프랑을 론칭하기도 했다. 항공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 기반이 마련돼 있다는 평가다.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가할 때부터 항공업에 관심을 두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LCC(저비용 항공사) 경영에 직접 개입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인한 ‘메가 캐리어’ 탄생이 배경이다. 현재 한진칼은 진에어를,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에 대해 호반건설 관계자는 “항공업에 관심을 가져 왔고, 아시아나항공과의 결합을 앞두고 있어 미래 전망도 긍정적이라 투자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