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임금 600만~700만원 효과에도 실질적 지원 턱없이 부족
“광주형 일자리 모델 좋은 선례돼야…근로자 주거·보육지원 필수”
광주 광산구 빛그린산업단지 내 광주글로벌모터스(GGM) 공장에서 '광주형 일자리' 첫 번째 완성차인 캐스퍼가 생산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국내 최초 노사상생형 일자리 창출 모델로 주목받은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흔들리고 있다. 양산 6개월 만에 누적생산 2만대를 돌파하는 등 겉으로는 순항하는 모습이지만, 내부에서는 광주시의 지원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력 이탈이 늘고 있다. 지난해 출범 초기 67대 1에 달했던 신입사원 경쟁률은 최근 30대 1 수준으로 떨어졌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광주글로벌모터스(GGM) 상생협의회 근로자 위원들은 지난 23일 광주시를 항의 방문해 ‘GGM 사원을 위한 광주시 공동복지프로그램의 실효성 있는 이행을 촉구한다’는 공문을 전달했다.
이들은 공문을 통해 “광주시가 주거, 기타 복지 등 공동복지프로그램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투자협약 당시 명시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당초 약속한 주거지원 등 사회적 임금 보전 대책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자동차의 위탁을 받아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를 생산하는 GGM은 광주시(지분율 21%)와 현대차(19%) 등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자동차 생산 합작법인이다. 동종업계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하는 대신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가 주거·보육·의료 부문을 지원해 실질임금을 높이는 방식의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핵심이다.
GGM 직원의 평균 연봉은 기존 완성차 업계보다 현저하게 낮은 3500만원(주 44시간 근무 기준) 수준이다. 이에 광주시는 행복주택 건설 및 공공임대주택 건설 등 주거지원, 교통지원, 산단형 공동 직장어린이집 개설 등을 통한 간접지원으로 1인당 600만~700만원의 추가 임금 효과가 있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근로자들은 광주시의 주거 지원이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광주시는 앞서 빛그린 산단 인근 광주 광산구 산정·장수동 일대에 1만3000세대 규모의 임대주택을 짓고, 광주형 일자리와 연계한 주거단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완공 목표 시기는 7년 뒤인 2029년인데, 이마저도 달성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광주시의 더딘 행정에다 해당 지역주민들의 반발까지 겹치면서 상황이 꼬이고 있어서다.
일단 광주시는 주거단지 조성까지 임시로 남구 효천지구 등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출퇴근이 편도 1시간 가까이 걸리고, 16~44㎡의 소형 평형이라 근로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연봉 3500만원 이하 무주택 근로자를 대상으로 광주시가 지원한 연간 최대 197만원의 주거비도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낮은 연봉 탓에 월세와 보증금 대출 이자를 내기에도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광주글로벌모터스(GGM) 공장 내부 자동화 설비. [GGM 제공] |
지원 조건을 충족하기도 쉽지 않다. 실제 가족이 타 지역에 있는 상황에서 GGM 입사를 위해 광주로 온 경력직들은 유주택자 기준에 걸려 혜택을 받지 못한다. GGM 근로자 가운데 지난해 주거비 지원을 받은 수혜자는 전체 인원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밖에 빛그린 산단 입주 기업 종사자를 위한 직장어린이집 역시 공공임대주택과 멀리 떨어진 거리 때문에 70명 정원에 원아 2명만 이용 중이다. 청년이 중소기업에서 장기근속할 수 있도록 청년·기업·정부가 2년간 공동으로 적립해 청년의 자산형성을 지원하는 제도인 ‘청년내일채움공제’도 전체의 37%만 혜택을 받고 있다.
광주시는 예산 한계 등으로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용섭 광주 시장은 지난 15일 열린 간부회의에서 “일자리경제실과 도시재생국은 GGM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이를 해결할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18일에는 일자리 정책관, 광주형일자리팀장 등이 GGM을 찾아 공동복지프로그램 관련 근로자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기도 했으나, 뒷북행정이라는 비판은 여전하다.
노사 상생을 위한 협의체인 ‘상생협의회’의 이제헌 근로자 위원은 “3500만원이라는 적정 임금에 사회적 임금을 더해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입사한 이들이 대부분”이라며 “시에서는 사회적 임금이 600만~700만원 수준이라고 했는데, 사실상 매달 주거비 지원 20여만원을 제외하면 실효성을 느끼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GGM의 한 직원은 “캐스퍼 생산에만 몰두하며 지난 1년 간 광주시의 지원을 기다려 왔다”며 “임금은 협의에 따라 낮췄는데 막상 복지정책은 여러 조건에 막혀 제자리걸음이다 보니 경력직을 중심으로 이직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형 일자리 성사를 위해 노동계 설득에 가장 앞장섰던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어렵게 만들어진 일자리 상생모델이 제대로 뿌리내리려면 근로자들의 주거·보육 지원 등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현대차 역시 정부의 지원책을 믿고, 국내에 새 공장을 만들겠다는 큰 결심을 한 만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최근 유턴 기업들이 늘고 있는데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잘 정착된다면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며 “주거·보육 등은 사회적 복지로 해결하고, 회사에서 받은 돈으로는 생계를 유지하는 복합형 일자리 모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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