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유정 뚫기보다 미완결유정 활용
국내 기업도 “ESG 흐름 지속될 것”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경영의 확대가 실제 경제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로 유가 고공행진에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미국 셰일업자들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전쟁이나 원자재 가격 급등이라는 변수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ESG 경영이 더욱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자국의 셰일업자들은 유전의 시추 설비를 최근 6개월 사이 20% 이상 늘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와 함께 급감했던 셰일 생산 움직임이 경제활동 정상화와 맞물리며 활발해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셰일업체들은 새로 유정을 뚫는 대신 미리 확보했던 미완결유정(DUC)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달 말 미국의 DUC는 4372개로 1년 반 전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수치상으로는 완결 유정이 늘어났지만 그만큼 셰일업체들이 더 원유 생산을 늘린다고 보긴 어렵다.
이 기간 국제 유가가 2배 이상 급등한 것을 감안하면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미 댈러스 연방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셰일업체들이 생산을 하는데 필요한 유가 수준은 평균 배럴당 46~58달러 수준이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가 100달러를 넘기 전에도 기름값은 지난해 일찌감치 60달러를 넘었다.
이처럼 셰일업체들이 생산을 줄인 가장 큰 원인으로 ‘ESG’를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가 꼽힌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했다. 또 미국과 캐나다의 원유 수송관인 ‘키스톤XL 파이프라인’ 허가를 취소했다. 여기에 연방정부 토지와 해양에서의 시추 활동을 중단했다. 메탄 가스 배출 관련 규제도 강화했다. 친환경 정책이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댈러스 연방은행의 설문조사에서, 셰일업자들은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폐기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장기적인 목표 탓에 유정에 투자하기를 꺼린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바이든 대통령 남은 임기 3년에 재선될 경우 5년 더 ESG가 미국의 국정운영 목표가 될 것”이라며 “여기에 전기차 판매 증가 등에서 보듯 대체 에너지원을 찾는 노력이 계속되고 유럽은 ‘에너지 안보’를 중시하면서 중장기적으로 ESG 흐름을 거스르고 화석연료 투자를 다시 늘리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들도 어려운 외부 상황에도 불구하고 ESG 경영 전략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재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1월30일까지 발표된 국내 10개 그룹의 환경 분야 ESG 관련 투자액은 총 153조2123억원에 달한다. 오는 2030년까지 탄소 저감 공장·기술 개발, 신재생에너지, 수소경제, 순환 경제 등 친환경 사업에 투입될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라는 새로운 시대를 대비해 많은 대기업들이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미래를 준비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이러한 흐름이 (전쟁 등의 변수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우영·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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