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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국유화 위협에 떠는 완성차 업계 [비즈360]
전문가 “철수 업체 공장 국유화 가능성 높아” 우려
르노·스텔란티스·벤츠 등 울며 겨자먹기 철수
현대차, 부품 부족 이유로 생산 중단했지만 철수 결정 안 내려
생산 유지해도 판매량 회복은 난망
현대자동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생산라인. [현대차 제공]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국에서 철수하는 외국 기업이 자산을 국유화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폭스바겐과 스텔란티스, 포드, 르노 등 주요 완성차 업체가 떨고 있다. 러시아 시장에서 성장세를 보이던 현대자동차도 깊은 고민에 빠졌다.

조 맥카베(Joe McCabe) 오토포어캐스트솔루션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4일 오토모티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정부가 가동을 중단한 해외 완성차 업체의 자산을 국유화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내 고용을 유지하고 자국 소비자에게 제품을 공급하는 산업이라 하더라도 버릴 수 있는 인물”이라며 “자국의 경제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국유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푸틴 대통령은 관료들과 함께 한 화상회의에서 외국기업의 자산을 국유화하는 적법한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러시아 정부는) 법정관리(external management)를 시도한 후 원하는 사람에게 기업을 이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르노와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메르세데스-벤츠 등 러시아에서 생산을 중단한 기업들의 공장 등이 국유화 대상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르노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이날부터 바로 모스크바 공장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르노 모스크바 공장의 자산가치는 약 22억 유로(약 2조9000억원)에 이른다.

르노는 아브토바즈 운영도 중단할지 고심 중이다. 르노는 아브토바즈의 지분 69%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아브토바즈는 러시아 국민차 라다 브랜드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최근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프랑스 상하원 동시 화상 연설을 통해 프랑스 기업들의 러시아 철수를 촉구한 것이 계기가 됐다.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는 이보다 앞서 우크라이나 침공에 우려를 표하며 합작 투자사인 포드솔루스에 대해 즉각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포드 솔루스는 러시아에서 상업용 밴을 제조해 판매한다.

스텔란티스도 러시아에서 생산하던 일부 차종을 서유럽 지역 공장으로 옮기기로 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러시아에서의 생산 중단을 선언하고 수출 또한 잠정 중단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달 연례보고서에서 2019년에 문을 연 모스크바 인근 공장을 포함해 러시아에서 약 20억유로에 달하는 자산이 몰수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연간 20만대 이상의 차량을 생산 중인 현대자동차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현대차 러시아 생산법인은 지난 24일 직원 및 협력사에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차량용 반도체를 비롯한 부품 수급 제한으로 27일부터 무기한 생산 중단에 들어간다고 알렸다.

다만 가동 중단 이유를 반도체 등 부품 수급에 방점을 두며 우크라이나 사태와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러시아 시장은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판매량에서 5.3%를 차지하는 만큼 쉽게 철수를 결정하기 어려운 상태다. 중국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러시아 시장마저 포기하면 신흥시장에서의 성장세가 크게 꺾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공장을 계속 돌린다고 해도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판매량을 담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 소비자들의 반발을 사며 불매 운동에 직면할 가능성도 높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지정학적 위기가 덮치면서 기업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하루라도 빨리 전쟁이 중단되는 것을 바랄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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