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간격 20달러씩 급등-급락 반복
정제마진도 유가 따라 널뛰기
“불확실성 리스크…수요 위축 우려”
지난 23일 서울의 한 주유소의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넘어섰다. [연합] |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되면서 국제유가가 일주일 간격으로 급등과 급락을 거듭하며 출렁이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휴전 협상, 국제원유 증산 기대감 등으로 배럴당 100달러대에서 안정세를 찾는 듯했던 국제유가는 또다시 120달러대 가까이 폭등했다. 기름값 상승으로 호재가 점쳐졌던 것과 달리, 원가 불안정으로 수급과 수익성 등 전반에서 불안정성이 지속돼 국내 정유사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24일 국제유가는 115~120달러 선으로 형성됐다. 가장 높은 북해브렌트유는 전날인 23일 배럴당 121.60달러에서 소폭 하락한 119.03달러로 나타났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23일 배럴당 114.93달러, 24일 112.34달러로 주춤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는 두바이유의 경우 24일 115.60달러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달 24일 이후 최근 한달 간 국제유가는 일주일 단위로 배럴당 20달러씩 오르내리는 등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국제 사회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때마다 국제유가는 고점과 저점을 오갔다.
지난 8일 미국이 러시아의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 중단을 발표한 직후 3대 국제유가는 장중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섰다. 일주일 뒤인 15일에는 배럴 당 100달러 밑으로 급락했다. 휴전 협상 외에 원유 증산 가능성, 중국 코로나19 재확산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번에는 유럽연합(EU)에서 러시아 원유 수출 금지를 검토한 데다 러시아의 흑해를 통한 원유 수출에 차질이 생기면서 국제유가는 다시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했다.
정제마진도 통상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배럴 당 4~5달러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으나 국제유가 추이에 따라 들쑥날쑥한 상황이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값으로, 정유 업계 수익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꼽힌다.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을 보면 지난달 넷째주에 배럴당 7달러 대에서 ▷3월 첫째주 5.7달러▷3월 둘째주 12.1달러 ▷3월 셋째주 7.76달러로 변동성이 크게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이 높게 유지되면서 정유업계에서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작 국내 정유사들은 불확실성을 가장 큰 리스크로 지목하고 있다. 또한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수요 자체가 위축돼 정제마진이 떨어질 가능성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슈에 따라 유가 등락이 너무 심해 정제마진도 널뛰기를 하고 있다”며 “한시적으로 재고 관련 손익이 나오더라도 유가가 정상화되면 다음 분기에는 손실이 발생한다. 이보다는 실제 수요가 위축되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국내 유가는 국제 유가와 2~3주 간격을 두고 후행하는 탓에 국내 기름값은 당분간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실제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피넷의 국내 석유제품 주간 가격동향에 따르면 3월 넷째주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전주 대비 7.5원 올라 L당 2001.9원으로 나타났다. 경유 판매가격은 15.6원 상승해 L당 1918.1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경유 가격이 2000원대로 휘발유 가격을 넘어서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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