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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발 vs 규제…‘대통령 집무실’ 용산의 빛과 그늘
전망 엇갈리는 대통령실 이전효과
뒤 남산·앞 한강…전형적 ‘명당’인데도
美부대·남산경관 높이제한에 개발 더뎌
최근 규제완화, 용산공원 속도 기대 ‘쑥’
대통령실 주변 추가 규제없다 밝혔어도
보안·경호 위한 규제는 불가피할듯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이 추진되면서 인근 부동산 시장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일대 개발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과 보안과 경호를 위한 규제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견해가 맞선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국방부 일대 모습. [연합]

22만2900명. 2021년 주민등록 기준 서울시 용산구 거주 인구수다. 인구수로 순위로 서울시 25개구 가운데 23위에 해당한다. 서울 전체 구 중에서 용산보다 인구가 적은 곳은 업무 상업지역인 종로구와 중구뿐이다. 사람은 많지 않지만 용산은 각종 조사에서 전국에서 미래 주거가치 1위로 꼽히는 곳이다. 가장 비싼 고급주택 밀집지역인 한남동, 국제도시 이태원, 대한민국 철도교통의 중심 서울역과 용산역, 서울의 상징 남산서울타워가 자리하고 있다. 한강을 끼고 있어 한강 조망권을 누리는 고급 주택도 즐비하다.

사실상 누구나 살고 싶은 지역인데, 사람들이 별로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각종 규제 때문이다. 용산구의 중심부에 미군부대가 길게 자리 잡고 있고, 남산 자연경관 보존 지역이 있어 주택 높이 규제를 받는다. 한강변 등 몇몇 지역을 제외하고 아파트 등 대규모 주거시설이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최근엔 개발이 조금씩 속도를 내고 있었다. 미군부대 평택 이전이 진행되면서 규제가 완화되면 주변 지역 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그런데 이 지역에 새로운 메가톤급 변수가 생겼다. ‘청와대 이전’이다. 지난 2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실을 용산 국방부로 이전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74년만에 우리나라 최고 통수권자의 집무실을 옮기는 계획이다. 대통령이 머무를 관저는 국방부 건물에서 동쪽으로 3km 정도 떨어진 한남동 공관으로 하기로 했다. 윤 당선인은 이 결정을 “국가의 미래를 위해 내린 결단”이라고 했다.

새 대통령은 ‘용산시대’를 알렸지만 정작 용산은 혼란에 빠졌다.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갈린다. 추진되던 각종 개발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있는가 하면 주변 지역이 빠르게 정비되면서 오히려 개발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용산 이전…엇갈린 전망= 용산구는 서울시 전체 면적의 3.6%인 21.87㎢ 크기다. 규모는 25개 구 가운데 큰 편이 아니지만 입지만큼은 자타공인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서울시 지도를 펼쳐 놓고 보면 누구나 끄덕이게 하는 대목이다. 서울 정중앙에 한강변을 끼고 마름모꼴 모양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북쪽으로는 서울역과 남산서울타워가 있고 남쪽으로는 한강이 흐른다. 서쪽부터 원효대교, 한강철교, 한강대교, 동작대교, 반포대교, 한남대교 등 모두 6개 다리를 통해 강남으로 연결된다. 한강 위 ‘노들섬’도 용산구 이촌동 소속이다. 한강을 건너면 바로 영등포구, 동작구, 서초구, 강남구가 나타난다.

용산구 좌측 끝 부분엔 효창동 숙명여대가, 우측에는 이태원을 지나 한남동이 있다. 뒤편으로는 남산, 매봉산 자락이 자리하고, 남쪽으로는 한강이 흐른다. 전형적인 ‘배산임수’ 명당이다. 명당의 기운은 지명에서 드러난다. ‘용이 나타나는 언덕이라고 해서 용산(龍山)이라 했다’는 기록이 고려시대 때부터 남아 있다고 한다.

새로운 대통령 집무실은 용산동 국방부 청사가 될 예정이다. 용산 중앙에 자리한 용산미군기지 ‘사우스포스트’의 왼편 위쪽 지역이다. 정부는 미군부대가 이전하면 용산미군기지에 243만㎡ 규모의 ‘용산공원’을 짓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윤 당선인측은 용산공원이 조성되면 대통령 집무실 앞이 뉴욕의 센트럴파크처럼 조성돼 시민들의 명소가 될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용산공원 조성 속도 낼 가능성= 일단 용산공원 조성 사업이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무래도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서면 미군측이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도 더욱 적극적으로 업무를 추진할 것이다. 미군부대 이전이 빨라지고, 주변 정리 작업도 서둘러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 미군측은 이전 계획을 계속 미뤄왔다. 국토교통부가 미군이 떠난 후 용산공원을 조성해 개장하는 시점을 2027년까지로 잡았으나 최근 ‘기지 반환 후 7년’으로 무기한 연장한 건 이 때문이다. 미군은 용산에 남아있는 한미연합사령부가 옮겨갈 평택 험프리스기지 공사가 마무리돼야 움직일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와중에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추진되면 아무래도 미군측은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서울시가 용산정비창 부지를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는 사업이나, 광화문~용산~한강으로 이어지는 국가상징거리 계획, 경부선 지하화 프로젝트 등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삼각지역에서 녹사평역으로 어이지는 도로는 확장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이 수시로 이동하며 지켜보는 지역이고, 외빈들도 많이 다니는 만큼 빠르게 정비하고 개발을 추진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주변 상업지역 등엔 호재가 분명하다. 특히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새 정부에서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집무실 주변 개발 행위 제한 불가피?= 한편으론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주변은 개발 행위가 더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단독주택 밀집지역으로 재개발이 추진 중인 삼각지역 부근 삼각맨션 특별계획구역, 한강로1가 특별계획구역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지역은 대통령 집무실과 1㎞ 이내로 가깝다. 현재 청와대 주변에 적용되는 기준을 고려하면 새로운 대통령 집무실 주변에도 어쩔 수 없이 고도제한, 건축물 신개축 제한 등 규제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현재 청와대 왼편 ‘경복궁 서측’(효자동·체부동 등)의 지구단위계획에서는 고도를 15~20m로 제한하고 있다. 오른편 북촌(삼청동·가회동 등)에선 건물을 지을 때 16m로 고도를 제한한다. 이 지역에 5층 이상 건물이 지어지지 못한 이유다.

물론 윤 당선인은 “용산에 추가 규제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삼각지역 인근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당장이야 여론 눈치를 보면서 새로운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중에 보안이나 경호 문제를 들어 인허가 과정에서 건축행위를 제한하지 않겠느냐”며 우려했다.

만약 반경 2㎞ 이내 개발 사업을 제한하는 현 청와대 수준의 건축규제가 시행되면 용산 일대 개발사업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당장 35층 주상복합이 지어질 예정인 삼각맨션 특별계획구역, 100층 규모 건물 조성계획이 있는 한강변,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려는 용산정비창 부지, 재개발이 진행 중인 삼각지역 일대, 후암동 후암특별계획구역, 청파1·2구역 등이 모두 규제 대상이 된다.

물론 이런 관측이 틀릴 수도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대통령실 이동에 따라 새로운 경호 및 보안 수칙을 검토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일괄적인 대통령 집무실 반경 2㎞ 규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콘트롤타워’라는 대통령 집무실의 기능을 유지하려면 보완과 경호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어찌됐든 대통령 집무실 인근 개발 행위는 일정정도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박일한 기자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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