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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무열 “책임감 무거웠던 ‘소년심판’, 법복 무게에 떨면서 연기…”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연출 홍종찬, 각본 김민석)은 소년 살인, 입시 비리, 집단 성폭행 등 소년범죄 사례를 통해 위험 수위에 도달한 청소년 범죄와 이를 방임하는 사회를 향해 명징한 메시지를 던지는 휴먼법정드라마다.

연화지방법원 소년형사합의부 판사들에 의해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떠한 사건 앞에서도 예리함과 냉철함을 잃지 않는 엘리트 판사 심은석(김혜수)과 소년범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차태주(김무열) 판사가 주축이다.

두 판사와 두 부장판사(이성민, 이정은)를 통해 드라마는 소년범을 처벌할 것인가, 또는 계도의 대상인가를 놓고 단순히 한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고 균형잡힌 시각을 보여주면서 많은 부분을 생각하게 한다.

-작품 내 범죄 사례가 대부분 실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는 만큼 접근에 신중함을 필요로 했을 것 같다. 소년범들이 저지르는 강력 범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소년범죄를 접하기 전에는 많은 분노를 가지며, 소년법을 폐지 또는 축소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얼마나 좁은 시야를 가졌는지 알게됐다. 저희는 균형잡힌 시각을 가졌다는 반응이 가장 감사하다. 피해자와 그 가족의 입장, 법관 입장, 피의자 입장에서 어떻게 범죄가 일어나게 됐고, 또 그 범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소년 범죄에 대한 4명의 입장에 대서서도 공감을 해주신 것 같고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 소년범죄에 관심을 갖고 있었나? 촬영을 하고 완성본을 봤을 때 느낌은 어떠했나?

▶제가 분노하고 충격을 받은 것은 흉악한 범죄자가 미성년자라 해서 현행법상 처벌은 경미하다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끄럽다. 그들이 범죄후 어떻게 살아가는지, 법 처분 과정은 어떻고, 이런 건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촬영을 하면서도 이런 부분을 생각하며 이해를 넓혀갔다. 완성본을 보니 더 깊게 느껴졌고 새로운 경험임을 실감했다.

-비록 연기라도 법복을 입는 것은 상당한 책임감과 압박감도 생겼을 것 같은데.

▶법복을 입는다는 무게감과 책임감은 상상 이상이다. 나는 인터뷰 등 공적인 자리에서는 긴장하지만, 연기할 때는 긴장하지 않는데, 이번에는 연기할 때 떨리더라. 재판을 참관했을 때 그 공기, 무게가 뇌리에 박혀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나의 결정이 인간의 미래를 좌우하는 거니까.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의구심이 생겼을 때, 김혜수 이성민 선배님의 도움이 너무 좋았다.

-차태주의 연기 포인트를 무엇이라고 생각했나?

▶태주는 검정고시 출신으로, 개과천선한 인물이다. 격차 큰 인물이다. 내면에는 강한 신념이 굳게 자리잡고 있다. 심은석 선배판사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지만, 자신의 생각도 틀리지 않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는 인물이다.

차태주는 어두운 과거를 이겨냈지만, 어떤 부분은 소년에 멈춰져 있다. 트라우마가 내재적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와 사건을 마주할때, 감정이 불쑥 나온다. 그게 차태주의 딜레마이자 인물을 구성하는 요소이다. 그가 온정주의로 사건을 대하는 게 어디서 나왔나? 과거 어두운 경험을 통해 이겨낸 과정이 투영되고, 치환돼 간 거다.

이런 복합적인 걸 하나로 연기하면 단선이 되기 때문에, 이 점을 신경 썼다. 트라우마를 벗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남아있는 것 같고. 심은석 판사를 만나 소년범을 대하는 게 잘못됐다기보다는 확장해나가는 걸 알게됐다.

-연기하면서 차태주에게 가장 부러웠던 점은.

▶내 삶이 소시민적이라 소소한 게 잘 어울린다. 하지만 욕망에 충실한 배역은 분출의 쾌감이 분명히 있다. 자연인 김무열은 허술하고, 덜렁거리며, 싱거운 사람이라 소시민 캐릭터가 편하다. 차태주에게 부러운 것은 법복을 입는다는 것은 가문의 영광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연기라고 하지만 막중한 책임감때문에 경외감, 존경심을 표한다.

-차태주 판사는 범죄를 저지른 소년의 손을 놓지 않는 인물이다. 극중 자신도 가정폭력피해자여서 감회가 남다른 연기를 했을 것 같다.

▶법정에는 문이 두 개다. 가족들이 들어오는 문과 소년범들이 들어오는 문이다. 무죄판결이 나오면 가족과 함께 집으로 가지만, 범죄자가 되면 그 문으로 못나간다. 나는 뒷모습밖에 못보지만 그 두 문이 나에게 크게 와닿았다. 길에서 만날만한 평범한 고교생인데, 범죄자가 되어 만날 것인가, 집으로 갈 것인가를 판사가 결정짓는다. 다들 한마디 한마디 꼼꼼하게 들으시더라. 나도 말 한마디 신중하게 했고, 숨소리조차도 크고 무겁게 다가왔다. 책임감과 무게감을 체험한 것 같았다.

-소년범을 좀 더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심은석 판사와 따뜻하게 품어줘야 한다는 차태주 판사가 대립되는 것 같지만, 한 판사의 마음속에서 갈등하는 두 모습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총 4명의 판사는 각기 다른 말을 하고 있지만 다 일리가 있다. 그중 차태주의 입장은 충분히 우리가 바라봐야할 방향이며,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차태주는 범죄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예방적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넷플릭스 시리즈처럼 해외 피드백이 바로바로 들어오는 작업은 아직 생소하지 않나.

▶걱정했다. 앞선 콘텐츠에 비해, 우리 콘텐츠가 글로벌할까? 문화적인 차이도 있으니까. 하지만 정서들을 신중하게 다뤘다는 점에서 공감을 이룬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신파의 발전된 형태의 힘이 아닐까. 우리가 만들어낸 창작물은 우리만의 장점, 특징이 있다.

인터뷰를 끝내면서 그의 대사가 생각난다고 했다. “가정폭력으로 상처받은 아이요. 그 아이에서 더 이상 자라지 않아요. 10년, 20년, 그냥 시간만 가는 겁니다. 시간속에 혼자 갇혀 있는 거라고요.”

김무열은 “배우를 떠나 한 개인으로 살아가면서 가슴아픈 일을 겪게된다. 누구에게나 아픔은 있다. 저안에도 아픔이 있다. 아팠던 일을 연기로 표현한다. 개인 김무열은 이런 이야기에 마음이 많이 움직인다. 지나간줄 알았지만 날 사로잡고 있는, 나에게 공감가는 질문들”이라고 했다.

서병기 선임기자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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