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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중은행 ‘대출전쟁’ 재개, 왜?[서정은 기자의 나·알·아]
우리은행 선공에 속속 빗장풀기
5개월만에 기준강화 합의 깨져
‘실적 채울 건 이자이익 뿐’ 공감

시중은행의 대출 전쟁이 다시 시작됐다. 앞서 은행들은 지난 5개월간 대출 기준을 강화하는 자율 합의를 유지해왔는데, 우리은행이 최근 대출 조건을 완화하자 부랴부랴 대출 빗장을 풀고있다. 대출총량규제로 당국 눈치를 보던 은행들이 올해 본격적인 수익성 확보에 나설 조짐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오는 25일부터 임대차(전세) 계약 갱신에 따른 전세자금 대출 한도를 기존 ‘임차보증금(전셋값) 증액 금액 범위 내’에서 ‘갱신 계약서상 임차보증금의 80% 이내’로 변경키로 했다.

전세대출 신청 기간도 이전으로 되돌린다. 계약서상 잔금 지급일 이전까지만 대출을 신청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잔금일 이후에도 취급이 가능하다. 다른데서 돈을 구해 전세금을 치르고 입주한 뒤 은행에서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다. 1주택자의 비대면 전세 대출도 다시 취급이 가능해진다.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임차보증금 증액 범위 내, 계약서상 잔금 지급일 이전 대출 허용으로 일괄적용할 것을 은행연합회에 전달했다. 이에 자율협의에 따라 해당 기준이 유지되고 있었는데, 우리은행이 21일 전세대출 기준을 종전으로 복원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은행간 유효기간을 따로 두지 않은 합의사항이었다”며 “개별 은행들이 각자 상황에 따라 대출 정책을 바꾸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에서 한도와 잔금지급일 기준을 기존으로 되돌리고, 신규대출 특별금리 우대를 0.2% 신설한 것”이라며 “(손놓고 있던) 다른 은행이 우리은행에 선공을 당한뒤, 부랴부랴 연합회에 금융당국의 규제 관련 스탠스를 파악하고, 급히 조건 완화 검토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내심 이번 변화를 반기는 눈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출 규제 완화 공약을 낸 데 따라 금융권이 대출조이기를 벗어날 타이밍을 엿보고 있던 데다가, 최근 고금리 정책금융 상품으로 높아진 조달비용을 상쇄할 수익 확보도 절실하기 때문이다.

최근 290만명이 몰린 청년희망적금의 경우, 은행권 예상 수요의 8배가 넘는 이들이 최소 보장금리 4% 이상을 받게 된다. 이에 은행들이 부담할 이자비용만 최대 8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시현한 은행들이 ‘실적 유지’에도 대출 확대는 필요하던 터였다. 지난해 4대 금융그룹의 당기순이익은 14조5433억원으로 전년 대비 33.9% 증가한 상태다. 지난해 이자 이익은 35조원에 육박해 전년 대비 14%가 늘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선 실수요 위주인 전세대출부터 풀고 필요한 부분은 차후로 검토해나갈 것”이라며 “이미 은행들의 자율협의가 깨진만큼 본격적인 대출 확대 움직임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정은 기자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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