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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티아고 대서양길④ 스페인 동백아가씨, 폰테베드라 [함영훈의 멋·맛·쉼]
레돈델라,폰테베드라,파드론의 3색 매력
루비니아스 가든,토레도리오 웰니스 눈길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스페인 북서지방 갈리시아 주에 새해 초 부터 봄꽃이 피기 시작하더니, 3월하순엔 완연한 꽃동산이 되었다. 동백이 시작했고, 춘삼월인데 벌써 철쭉이 핀다. ▶기사 하단, 헤럴드경제 리오프닝 특별기획 ‘산티아고 순례길’ 전체기사 목록

붉은 정열의 단색 동백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산티아고 순례길의 중심인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주의 동백의 종류는 다양하다. 이렇게 꽃이 큰 품종도 있다. 루비니아스 가든의 ‘동백아가씨’ 루리아가 지방 명문가를 지키는 지배인 답지 않게 소박한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다.
파드론은 공식적으로는 대서양바다쪽 땅끝으로 가는 순례길 길목이지만, 포르투갈에서 출발해 대서양변을 거쳐 산티아고로 가는 순례자들도 들르는 곳이다. 초록으로 물들어가는 파드론 시골길 위에서 순례자들이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중심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위도는 42도가 조금 넘어 우리나라 나진-선봉-두만강과 같다. 그럼에도 갈리시아 곳곳에는 3월20일 무렵 봄꽃들이 만개했다. 날씨는 우리보다 2-3도 높아 포근하다. 대서양과 멀지 않아, 바다 옆에 있는 우리의 동해안 중북부 속초 등 처럼 춥지 않다.

셀타비고의 비고시는 산업도시가 되었어도 동백꽃을 가로수 삼아 도심 복판을 꽃을 장식했고, 성 야고보의 유해가 운구된 길목, 파드론 파사 파라멜로엔 온갖 기화요초가 꽃망울을 터뜨렸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발견되는 귤도 영글어 간다. 다만 바닷가쪽은 세찬 바람때문에 체감기온이 낮아 한국의 일상기온과 비슷하겠다.

▶레돈델라 알베르게= 해변이긴 한데, 포구가 영광 법성포 처럼 육지쪽으로 한참 들어온 만(灣) 어귀, 레돈델라엔 순례자 쉼터 공립 알베르게(단기숙소)가 있다. 자연스럽게 이곳은 해안로와 육지연결로가 만난다. 동작이 느린 갑오징어가 이 깊은 베이에서 잘 잡힌다.

비고에서 출발한 만(灣)이 내륙 깊숙이 들어온 해변길-내륙길 교차로 레돈델라엔 공립 단기숙소 알베르게가 있다. 이름은 페레그리노를 위한 카사 토레 레돈델라이다. 이 마을 특산물인 갑오징어를 먹는 곳이다.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가옥들이 작은 개천을 사이에 두고 도열했고, 큰 길에서 멀지 않은 곳에 ‘페레그리노(순례자)를 위한 카사 다 토레(Casa da Torre) 레돈델라’가 있다.

프랑스길의 대표적인 공립 알베르게는 중세 다리가 놓은 강변 리바디소인데, 레돈델라 알레르게도 공공부문이 잘 단장하고 관리해서, 페레그리노들이 믿고 찾는 곳이다.

소냐 지배인은 “최다 42명이 투숙할수 있고 (2층) 침대는 12개이다. 3월9일엔 6명의 순례자를 받았다. 최근 하루 최다 인원은 15명이었다. 2020년 3~7월엔 아예 폐쇄됐고, 완전한 정상가동은 올2월 부터였다. 팬데믹 이전 기준 7~9월이 최성수기 였다”고 설명했다. 지금 가면, 한국 스타 차승원, 유해진, 배정남이 한동안 실감예능 촬영을 위해 운영했던 스페인하숙 못지 않게, ‘10,000원의 행복’,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

루비니아스 정원의 봄꽃들

한국의 동백은 붉은색이 90% 이상을 차지하는데, 스페인 서부해안마을 동백꽃들은 분홍, 연분홍 등 5~6가지 색감을 보이고 아주 큰 것도 있다.

▶시작은 평범, 끝은 화려, 루비니아스 가든= 폰테베드라로 가는 길목,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루비아니스 화원(Rubianes jardines)이 숨어 있다. 직역하면 ‘포도당 가든’이라는 아리송한 뜻이다.

입구에서 부터 형형색색 동백이 반긴다. 동백 외에도 철쭉, 모란 등도 이미 피어있다. 날씨가 한국과 차이 나게 따뜻한 것도 아닌데, 철쭉이 벌써 핀 것은 환경적응력이 다른 품종이기 때문인 듯 하다.

또 다양한 곳에 쓰이는 유칼립투스, 좀약의 재료로 쓰이는 인디언트리, 오렌지 나무 등이 공생하고 있었다. 시골의 부자가 꽤 큰 농장으로 자연 그대로의 수목원으로 잘 가꿔 놓은 느낌이다.

정원 길을 걷다보면 약간 낮은 지대의 풀밭 같은 것이 보이는데, 들어가면 큰일 난다. 저수지이기 때문이다. 저수지 안 수생 풀 더미 위에 육지 풀들이 내려 앉다 보니 땅으로 착각할 수 있다.

좀 더 깊숙이 들어가자 원두막 같은 집들이 몇 채 나오고 동백기름을 짜서 공급한다는 새로운 정보를 접하게 된다.

그리고 오래된 집으로 안내된다. 집안에는 귀부인과 귀족제복을 입은 역대 집주인들의 초상화, 오래된 가보, 고문서 등이 뼈대 있는 가문임을 시위한다. 조상 중에 여전사도 보이고, 셀럽같은 옷차림을 한 안주인의 스물다섯 스물하나 쯤 사진도 있다.

루비니아스 가든 농장 주인이 지체높은 가문이었음을 알려주는 가보들이 낡은 옛건물 내부에 가득하다.
꽃과 정원, 멋진 수목, 근세 문화재, 지역 호족의 안온한 목가생활 등을 차례로 보여주며 탐방객들을 놀래키던 루비니아스 가든이 마침내 풍미 있는 전통 와인으로 여행자의 감동을 극대화시킨다.

이어 기와지붕에 풀과 꽃이 자라는 어느 오두막으로 이끌린다. 숲 해설가 역할을 하던 동백아가씨 루리아(32)는 문화유산 해설가가 되었고, 맞은편 방에 가서는 갑자기 와인 소믈리에로 돌변한다. 화원의 사람들은 알바리뇨 와인을 전통기법으로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숫자로 이름을 지은 3만원짜리 이 집 최고급품은 개인적으로 스페인에서 맛본 수십종의 와인 중 가장 풍미가 좋은 것 중 하나였다. 여행자를 꽃으로만 물들게 하지, 인문학으로, 술로도 물들이는 ‘점층법 마케팅’(gradation marketing)에 한국인 탐방객들이 모조리 낚이고 말았다. 대가집 후손들이 이렇게 자연, 전통과 더불어 사는 모습이 보기에 참 좋았다.

▶속초 크기의 도청 소재지 폰테베드라= 폰테베드라는 속초 만한 도시라서 도보여행하기 좋다. 비고가 일하는 도시라면 폰테베드라는 역사문화-휴식의 도시이다. 갈리시아주(州) 폰테베드라도(道)의 도청소재지이다.

작지만 도청소재지이자 역사유적 도시인 폰테베드라는 순례자의 휴식을 도모하는 곳이다.
폰테베드라 랜드마크 별분수와 예쁘장한 채플

거리 곳곳에 무너지다 만 문화유적, 도시를 지킨 사람들의 충혼탑, 오래된 돌담 등이 보인다. 아파트는 주황색 지붕과 발코니돌출형 정방형 흰 창문 등 전통과 현대적 감각을 묘하게 조화시킨 디자인으로 꾸몄다. 골목길은 옛 지형 그대로이고, 집벽은 세월의 흐름을 말해주듯 알록달록 변색했다.

별 모양의 분수와 순례자 응원·잠원 글귀를 땅바닥에 새겨둔 곳이 폰테베드라의 대표적인 야외 휴식 공간이자 만남의 광장이다. 폰테베드라는 온고지신, 신구 조화를 도모한 끝에 도시계획상을 받기도 했다.

가리비 조개 반쪽처럼 지어진 순례자의 교회는 바로크양식, 폰테베드라 성모마리아교회는 고딕 양식으로 지어졌다. 우체국, 시청, 옛 시장의 공관(궁전) 등 고풍스런 전각들이 여전히 남아있다.

루시아 수녀원은 성모마리아와 아기예수님이 나타난 곳으로 유명하다. 포르투갈의 파티마수녀원과 함께 가장 성스러운 수녀원으로 평가받는다.

폰테베드라 루시아수녀원의 내부

▶역사인문학 외에 토레도리오 웰니스도 유명= 로마시대 다리가 있다는 뜻에서 ‘오래된 다리’라는 뜻의 갈리시아어가 폰테베드라이다. 도시 형성 전설에 트로이의 첫 왕이던 테우세르가 등장하는데, 이 신화적 얘기를 역사로 치환하면, 그리스 상인들이 출몰하던 곳으로 해석된다.

500년전에는 갈리시아지방 최대 항구도시였지만 하구 지형이 변하면서 큰 배를 접안하기 어려워져 쇠락했다가, 다시 도청소재지로 승격하고 철도가 연결되면서 전통과 근대가 어우러진 도시로 탈바꿈했다고 한다.

참고로 갈리시아주는 중세 자치국가일땐 7개 도(道)였다가, 지금은 지역을 밭전(田)자로 갈라 북서 코루냐도, 북동 루고도, 남동 오렌세도, 남서 폰테베드라도, 4개 도이다.

폰테베드라도(道)에 속한 문화유적 리모델링 호텔 토레도리오는 자연물줄기 한가닥이 경내로 진입해 한바탕 놀다나가는 유상구곡 구조로 꾸몄다

폰테베드라의 전통수호는 자연수호로 이어진다. 고풍스러운 별장처럼 문화유적을 리모델링한 토레도리오(Torre do Rio)호텔은 숲 속에 있다. 청정 옥수 개천이 휘돌아 나가는 곳 한복판에 있으며, 한가닥 물줄기가 집안으로 들어와 폭포가 되었다가 마당에 머무르다 나가는 한국식 ‘유상구곡’ 정원 같은 조경 기술도 돋보인다.

테라피로 유명한 대표적인 웰니스 호텔이다. 매우 비쌀 것 같지만 1박에 90-150유로에 그친다. 토레도리오 일대는 알폰스7세 왕이 빌리지를 조성한 갈리시아 최고의 웰니스 지역으로 꼽힌다. 갈리시아에선 머드 테라피, 해수 테라피도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카밀로 호세 셀라의 고향 파드론 도로 한복판에는 산티아고 순례자의 동상이 우뚝 서있고, 그 옆 인도로 순례자가 걷고 있다.
파소 파라멜로를 지키는 솔리에가 집안의 종손이 야고보의 유해가 지나간 길을 가르키며 서 있다. 야고보의 유해는 이 개천(틴토강) 옆길을 통해 산티아고로 전진했다.

▶파드론 파소 파라멜로= 노벨문학상 수상자 카밀로 호세 셀라의 고향 파드론은 성야고보(산티아고)의 시신이 통과한 내륙 청정지역이다. 유해가 이 도시로 내로 진입한 곳은 일리아 프라비아이다.

그 중에서 개천이 있는 숲속의 집, 파소 파라멜로는 개천을 따라 유해가 옮겨진 곳이다. 강이라고 하기엔 좁지만 이곳을 지나는 틴토강 청정 물길 따라 운구돼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방향으로 갔다는 것이다.

이 터의 소유자인 솔리에가 집안의 종손은 10대를 이곳에서 살았는데, 1714년 이후 제지공장을 운영하던 때에도 이탈리아 제노바의 예술가들을 불러 목조조각을 두고, 돌로 만든 배와 테라스를 만드는 등 자연 속 공장을 친환경 예술로 단장했으며, 프랑스식 정원, 공장옥상정원을 두었다고 전했다.

파드론 파소 파라멜로에도 봄꽃이 활짝 피었다.

공장을 닫고 자연 생태공원으로 리모델링한 뒤, 종가 후손들이 사는 영역 이외의 건물은 박물관, 전통주 생산실로 쓴다고 한다. 무릉도원인줄 알았는데, 공장 터였다는 사실이 좀처럼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갈리시아 사람들의 친환경, 친예술 마인드는 우리가 배울 점이다. (계속)

◆산티아고 순례길 헤럴드경제 인터넷판 글 싣는 순서 ▶3월8일자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걸으면, 왜 성인군자가 될까 ▶3월15일자 ▷스페인 갈리시아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난 사람들 ▷산티아고는 제주 올레의 어머니..상호 우정 구간 조성 ▶3월22일자 ▷산티아고 대서양길①땅끝끼리 한국-스페인 우정, 순례길의 감동들 ▷산티아고 대서양길②임진강과 다른 미뇨강, 발렌사,투이,과르다 켈트마을 ▷산티아고 순례길, 대서양을 발아래 두고…신의 손길을 느끼다 ▷산티아고 순례지 맛집①매콤 문어,농어회..완전 한국맛 ▷산티아고 순례지 맛집②파니니,해물볶음밥..거북손도 ▷산티아고 순례길 마을식당서 만나는 바지락·대구·감자·우거지…우리집에서 먹던 ‘한국맛’ ▶3월29일자 ▷산티아고 대서양길③돌아오지 못한 콜럼버스..바요나, 비고 ▷산티아고 대서양길④스페인 동백아가씨와 폰테베드라, 레돈델라, 파드론 ▷산티아고 대서양길⑤(피스테라-무시아) 땅끝은 희망..행운·해산물 득템 ▷산티아고 프랑스길①순례길의 교과서, 세브리로 성배 앞 한글기도문 뭉클 ▶4월5일자 ▷산티아고 프랑스길②사모스,사리아,포르토마린,아르수아 ▷산티아고 프랑스길③종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매력들 ▷산티아고 영국길..코루냐,페롤,폰테데움,베탄소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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