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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새로운 곳에서 살아보는 것에 대하여

집이 있는 싱가포르를 떠나 오스트레일리아에 머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해외 방문이다. 회사 업무를 위한 출장이긴 하지만 일정을 늘려 다양한 곳에서 ‘살아보기’ 경험을 해보기로 했다. 이렇게 국경을 넘나드는 여행은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조금씩 확대되는 모양새다.

한국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해외여행지로 꼽히는 발리는 14일부터 해외여행객의 자가격리를 면제할 것이라고 지난 2일 발표됐다. 3월 7~13일의 발리 숙소 검색량은 그 전주에 비해 5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의 해외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물 밑에서 끓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지난해 4분기의 경우 에어비앤비 전체 예약의 22%가 28박 이상의 장기 숙박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외여행 욕구 역시 ‘살아보기’와 같은 형태로 분출될 것으로 보인다.

에어비앤비 입사 이전에 다니던 이베이나 루이뷔통 등에서도 출장지에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기껏해야 2~3일, 길어야 5일 정도였다. 이번처럼 16일 연속으로 다른 지역에서 살아보는 경험을 해보는 것은 처음이다. 나는 이 글을 통해 ‘살아보기’의 ‘베타 테스터’로서 경험을 나눠보고 싶다.

우선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일할 때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와이파이였다. 에어비앤비가 지난해 9월 설문조사업체인 모닝컨설트에 의뢰해 한국 등 6개국의 18~35세 응답자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74%는 숙소 선택 시 와이파이 가능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필자가 이용한 숙소들의 와이파이는 스트리밍 음악을 배경으로 깔고 줌으로 회의를 진행하더라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 숙소의 발코니에 앉아 일상에서는 접할 수 없는 새로운 전망을 내려다보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일하는 매력은 원격근무의 가장 큰 행복이 아닐까 싶다. 에어비앤비는 지난해 11월 ‘겨울 업그레이드’를 통해 숙소의 와이파이 속도 검증 기능을 추가했는데 숙소를 고르기 전에 와이파이 속도는 꼭 확인하기를 권한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의 첫 방문도시인 퍼스에서는 회사 동료 둘과 함께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부티크 호텔을 이용했다. 원격으로만 만나던 우리였지만 공용공간의 테이블에서 일하는 동안 마치 회사 오피스에서 일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다양한 디자인의 테이블을 이용하며 자유롭게 먹을 수 있던 커피와 머핀도 만족스러웠다.

현재 시드니로 옮겨 머물고 있는 에어비앤비에는 세탁기, 건조기와 함께 다리미도 마련돼 있다. 시드니의 하버브리지가 내려다보이는 멋진 발코니는 일하기에 안성맞춤이지만 잠시 숨을 돌리고 사색에 잠기기에도 좋다. 잠을 자고, 밥을 먹고, 외출을 준비하며 간단히 요가도 즐길 수 있는 집은 그야말로 살기 위한 모든 기반을 갖췄다고 할 것이다.

새로운 이웃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짜릿한 경험도 ‘살아보기’의 매력 중 하나다. 에어비앤비의 호스트 초대로 300m의 바다 수영과 2㎞의 해변 달리기를 이어가는 ‘펀 바이애슬런(fun biathlon)’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는데 오스트레일리아의 자연을 그야말로 몸으로 느끼며 이웃들과 어울릴 수 있었다. 다만 다른 이들과 시간을 보내다가 주말이나 저녁에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되면 약간 외롭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배우자(파트너)나 반려동물과 반드시 동행할 것을 권장하고 싶다. 혼자보다 둘이 더 낫다.

어느새 많은 사람의 시선이 해외로 향하기 시작했다. 필자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곳에서 살아보는 경험을 꿈꾸는 이도 많으리라고 생각한다. ‘살아보기’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활력을 만들 수 있는 기회이자, 소중한 사람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멋진 기회다.

스티븐 리우 에어비앤비 아시아태평양 정책총괄 디렉터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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