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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다른 건 다 변해도 ‘금융’은 안 변한다?

세계적인 경제강국으로 성장한 우리나라 역사를 뒤돌아보면 반도체, 전자, IT, 자동차 산업군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 역할을 도맡아온 반면, 금융산업은 조용하게 뒤편에서 이들 기업을 지원해주는 조연 역할을 해왔다. 왜 금융산업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이 아닌 조연의 자리를 지켜온 것일까. 이는 다양한 기업이 신사업을 도모하고 기업체질을 변화시키는 시간 동안 금융산업이 공공재로 취급되며 엄격한 통제와 규제 속에 과거 모습만을 답습해왔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 역사에서 금융은 각광을 받아왔던 적이 없다. 그동안 정부와 국민이 금융에 기대했던 것은 일자리 창출과 공공재 성격의 산업으로서 역할수행, 두 가지였다.

일자리 창출 관점에서 보면, 은행사와 보험사가 효자 노릇을 해왔다. 전국에 분포된 은행과 보험지사에서 종사하는 인력을 바탕으로 지역 경제활성화가 진행됐다. 보험 설계사인 보험판매직도 고용창출 기능을 톡톡히 해왔다.

그러나 현 시대에서도 금융은 과연 일자리 창출 역할을 지속할 수 있을까. 인터넷 보급과 스마트폰 사용 증가 등으로 금융기업들은 더는 예전처럼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미 금융기관 점포 수는 줄어들고 있고, 대면업무 역시 비대면으로 전환되는 추세다. 고객 역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본인 스스로 상품의 수익성과 위험을 판단해 투자하는 추세다.

공공재 성격 산업이란 점은 어떠한가. 금융산업은 다른 산업군과 다른 공공재적 성격이 강조되면서 자금 결제·유통에 집중하는 본연의 업무에만 집중하기를 요구받았다. 정부의 강력한 통제와 각종 규제로 인해 새로운 분야로 진출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있다. 철저하게 주인공 위주 스토리로 진행되고, 조연이 드러나지 않는 것이 미덕이라 여겨졌던 과거와 달리 최근 각광받고 있는 콘텐츠들에서는 새로운 성공 공식이 떠오른다. 더 매력적인 모습과 캐릭터로 주인공보다 대중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는 조연들이 등장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K-드라마 열풍을 이끈 ‘오징어 게임’에서는 주인공보다 더 사랑받는 오영수 배우가 등장했고, 가수들의 뒤에서 무대를 뒷받침해왔던 댄서들을 전면에 내세워 흥행을 이끌어낸 ‘스트릿우먼파이터’ 등 콘텐츠도 주목을 끈다.

금융산업 역시 마찬가지로 새로운 시대에서 화려한 주인공으로 변모할 시기를 맞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 산업계와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우선 공공재 성격을 바탕으로 사회적 인프라로 여겨지며 안정성이 최우선시되던 금융산업이 각종 규제와 법률의 통제를 받을 때 보다 유연하게 적용될 필요가 있다. 또 그동안 한국 경제 성장을 이끌어오면서 화려한 주인공의 역할을 도맡아왔던 다른 산업군과의 협업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최근 대부분의 기업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추가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소경제에 집중하면서 생산, 보관, 유통에도 많은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며 차세대 전지개발과 전기차 확대 등으로 산업질서 역시 개편되고 있다.

금융산업은 다른 산업군의 기업이 신사업을 도모할 때 자본금을 대출해주던 역할에만 머무르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향후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차량 인포 시스템에 은행 결제 시스템을 탑재할 수 있을 것이다. 차 안에서도 은행업무를 볼 수 있게 하고 다양한 보험·금융상품 등의 판매도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데이터 공유나 추가 신사업 역시 진행돼야 할 것이다.

수소경제로 전환을 위해 많은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미 전국 단위로 분포된 은행 지점을 활용한다면 기업들이 보다 손쉽게 관련 인프라 구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협업을 바탕으로 금융 산업 역시 스포트라이트의 원 안으로 들어가길 기대해본다.

신병오 한국 딜로이트 그룹 금융산업 리더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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