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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동산 정보를 대하는 두가지 태도[박일한의 주토피아]
상승론자, 하락론자 따라 선택하는 정보도 달라
‘심신안정용’ vs ‘정보 취득 수단’
다양한 시각의 정보로써 활용해야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박 팀장, 그래서 집값이 어떻게 된다는 거야?” 대통령 선거 다음날 한 지인으로부터 이런 전화가 왔습니다. ‘대선 이후 집값 전망’이란 키워드로 인터넷 포털 검색만 해도 무수한 기사가 쏟아지는 데 또 같은 질문입니다.

부동산을 담당하는 입장에선 좀 답답합니다. 이미 기사로 수차례 반복적으로 써왔기 때문입니다. 이 분은 집을 사려는 타이밍을 잡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기사를 통해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맥락으로 기사를 자주 써온 편이어서인지, 자신의 결정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최근 자주 확인하게 되는 건 부동산 기사가 ‘정보’의 기능보단 ‘심신 안정용’으로 소비된다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선 한국부동산원, KB국민은행, 부동산R114 같은 곳에서 매주 주간 아파트값 시세 흐름 자료를 내놓습니다. –0.01%에서 0.03%까지 작은 변화가 매주 업데이트 됩니다.

집을 사놓은 사람은 ‘오른다’는 기사를 반복적으로 찾아 읽습니다. 주식 시황을 수시로 확인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자기가 산 지역의 집값 관련 뉴스는 무엇이든 읽습니다. 단순 시황 자료를 똑같이 정리한 기사여서 사실상 같은 내용이지만 집값이 오르길 기다리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찾아내 만족해합니다.

반대로 집을 사려고 대기하는 무주택자들은 집값이 떨어진다는 소식이 간절합니다. 최근 한국부동산원 통계가 유일하게 하락하는 방향으로 시세를 집계하고 있는데, ‘한국부동산원 서울 아파트값 6주 연속 하락’ 같은 기사에 환호합니다.

부동산원 통계는 정부가 국가공인 통계로 정책 결정에 활용하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수시로 부동산원 통계를 인용하며 “집값이 하향 추세”라고 언론에 발표합니다. 언론은 이를 또다시 집값이 꺾였다는 식으로 기사화합니다. 같은 자료가 일반 보도자료로, 정부의 입으로 반복적으로 인용돼 새로운 기사처럼 활용되는 겁니다. 어느새 ‘집값 대세 하락 진입’ 같은 과장된 제목이 등장합니다. 무주택자들은 이런 기사를 퍼 나르며 마음의 위로를 삼습니다. 이런 기사엔 으레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져야 한다’, ‘영끌로 집산 사람, 쌤통이다’ 같은 댓글이 따라 붙습니다.

이들은 자기가 보고 싶어 하는 뉴스만 보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해석하려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과 반대되는 내용의 기사엔 댓글 공격을 퍼붓는 경우도 흔합니다. KB국민은행 조사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0.01% 올랐다’는 시황 자료를 단순 정리한 기사일 뿐인데 ‘집값 띄우려고 혈안이 돼 있구나’에서부터 ‘기자가 건설사에 돈 받고 이런 기사를 쓴다’고 댓글을 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집값이 오르길 기대하는 사람들도 비슷합니다. 최근 한국부동산원은 월간 시황 자료를 발표했는데, ‘2월 서울 집값 21개월 만에 하락전환’이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댓글을 보면 ‘문재인 정부가 규제책 효과를 과장하기 위해 통계를 조작하고 있다’고 음모론을 제기하거나, ‘강남 지역에서 윤석열 후보에 몰표를 준 건 집값을 띄우기 위한 것’, ‘윤석열 정부 출범하면 다시 집값 폭등할 것’ 같은 주장을 펼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입장인지요? 기사에서 ‘사실’과 ‘주장’을 구분할 수 있는지요? 그저 사실을 정리한 기사조차 음모론으로 왜곡하고, 주장 투성이인 기사에 대해선 자신의 입장과 비슷하다고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닌지요?

지금 주택시장에서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역대 가장 낮은 거래량을 기록하고 있고, 몇몇 지역에서 간혹 급매물이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일 뿐입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적 면제, 취득세 완화 같이 거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규제대책이 예고된 상황인데, 지금 누가 집을 사거나 팔려고 할까요?

악화된 경기 전망, 금리인상 효과, 늘어난 가계부채 상황 등 시장을 둘러싼 부정적인 상황과 올해부터 2~3년간 급감하는 입주량, 새로 출범하는 정부의 규제완화 대책 등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현재로선 누구도 정확히 모릅니다. 그저 주식시장 시황을 분석하듯 이런저런 전망과 관측만 있을 뿐이죠. 그런 내용엔 모두 일말의 사실과 진실이 담겨 있을 겁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기사를 ‘심적 안정’이 아닌 지금 나의 선택에 필요한 다양한 시각의 ‘정보’로 활용할 수 있길 바랍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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