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중대재해처벌법 경영인 형사처벌 막아야…시행령 현실화를”
미래리더스 포럼, 이동근 경총 부회장의 ‘새 정부에 바라는 기업정책’
경영자 대신 법인처벌, 英사례 제시
국회서 논의시 법 강화 될 우려
외국서 사라진 반기업 정서 여전
기업규제 혁파·법인세 완화 필요
尹에 노동시장 유연화 호소할 것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미래리더스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기업 규제에 대해 “법 개정이 어렵다면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현실적으로 적용해서라도 경영인 개인이 처벌받지 않도록 새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규제 혁파와 노동개혁 필요성에 대해서는 윤석열 당선인을 직접 만나 강하게 주문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16일 오전 서울 소공동 더프라자호텔에서 헤럴드경제와 법무법인 대륙아주 공동주최로 열린 미래리더스포럼 초청강연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 1월 27일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최고경영자(CEO)가 처벌될까봐 기업들이 떨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의 경영자 개인을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법인에 대해서는 50억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이 부회장은 “경영자를 특정해 안전 및 보건 조치를 확보하도록 의무를 부여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CEO 개인을 형사처벌하는 법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며 “CEO 입장에서는 처벌을 피하려 소송을 하겠지만, 대법원 확정까지 3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 이미지 추락을 비롯해 CEO 개인도 자리를 보전하기 애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처럼 경영자 개인에 대한 처벌 대신 법인 처벌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영국은 중대재해가 발생하더라도 경영자 개인에 대해 처벌을 하지 않는다. 대신 법인에 대해서는 처벌 상한이 없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중심으로 한 새 정부가 시장 중심,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있으나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내에서 172석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중대재해법 등 기존 법에 의한 규제를 없애기가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특히 최근 기업 관련 규제가 대부분 반(反)기업 정서에 기대 정부입법이 아닌 의원입법에 의해 도입됐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중대재해법 등은 국회에서 논의하면 오히려 더 강화될 것으로 우려하는 만큼 기업들은 국회 논의를 바라지도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근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사업장 내에서 근로자가 숨진 중대재해 828건 중 80%가 현재 법상 처벌 대상에서 유예된 50인 미만 사업장, 즉 중소기업에서 발생했다. 이 부회장은 “국회에서 논의될 경우 5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 경영진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렇게 되면 중소기업은 존립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부회장은 새 정부가 반드시 해내야 할 과제로 과도한 기업 규제 혁파와 경직된 노동 시장의 유연화를 꼽았다.

그는 “매번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기업 규제 개선을 외치지만, 외환 위기 직후였던 김대중 정부 외에는 실질적으로 기업 규제를 푼 사례가 없었다”면서 “윤석열 정부 만큼은 규제 패러다임을 금지하는 것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고 의원 입법안에 대한 심사와 규제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1990년대 초반 7%에서 2016년 이후 2% 중반으로 하락했고 2010년 이후 실제 경제성장률은 이보다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이는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고 활력이 저하돼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국가 경제 위상 대비 규제 경쟁력이 낮은 상황에 대한 우려도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한국은 포브스 기업경영 환경 평가에서 161개국 중 16위를 기록했는데 기술이나 혁신 부문은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무역자유나 부패 지수는 각각 75위와 47위로 낮은 수준”이라며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국내 시장 규제 정도가 상대적으로 높은데 최근 반(反)기업 입법과 정책으로 기업 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규제 일변도의 노동법과 경직된 노동 시장이 경제 활력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해고의 ‘정당한 사유’를 엄격히 해석해 사실상 징계 해고만 가능하고, 임금체계 역시 연공급 형태 위주로 경직적인 상황이라는 진단을 통해서다. 주 52시간 근무제 등 획일적 근로시간 규제로 디지털 전환 등 급격한 산업 환경 변화에 대응이 어렵다는 점도 토로했다.

최근 5년간 노사분규 건수는 31.2%, 근로 손실일수는 42.2% 증가하는 등 대립적이고 투쟁적인 노사관계가 지속되고 있어 경영 환경이 더 큰 어려움에 처했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그는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노사분규가 거의 사라진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진단했다.

이밖에 이 부회장은 ▷최고 세율 인하와 세액 공제 확대를 통한 법인세 부담완화 ▷상법상 감사위원 선임 관련 3% 룰 개선 ▷가업상속공제 확대 ▷배임제에 대한 경영평단 원칙 명문화 등도 시급한 개혁과제로 꼽았다.

이 부회장은 “통상 대통령 후보가 당선되고 나면 경총을 비롯해 경제단체를 방문하는만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개혁에 힘써 달라고 신정부에 건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원호연 기자

why37@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