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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청년희망적금과 청년도약계좌의 씁쓸한 뒷맛

불과 보름여 전의 일이다. 애초 예상했던 수요보다 8배가 넘는 290만명이 몰렸다. 비과세 혜택까지 고려하면 금리 10%대 적금과 맞먹는다는 소식에 너도나도 은행으로 달려갔다.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지자 지원 대상 확대, 예산 증액 등 남루한 카드가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나왔다. ‘청년희망적금’ 얘기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20대 대선이 0.73%포인트 차이의 신승으로 끝난 지금은 ‘청년도약계좌’로 또 한 번 시끌벅적하다. 청년이 내는 돈과 정부 지원금을 10년 후 1억원을 탈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1억 만들기 통장’이다. 문재인 정부의 청년희망적금보다 파격적이다. 그런데도 벌써 우려의 목소리만 들린다. 청년희망적금과 청년도약계좌 모두 청년층의 좌절감에서 출발한다. 부의 대물림과 계층이동 사다리가 무너진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종잣돈을 만들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아무리 공정을 외친다 한들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 만큼 최소한이나마 정부 지원을 통해 자산을 축적할 기회를 만들어주자는 취지다. 중산층이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려면 한푼도 쓰지 않고 꼬박 20.1년(연소득 대비 주택 구매가격 비율)은 모아야 하는 ‘헬 부동산’의 현실도 한몫했다.

이렇게만 보면 두 정책금융의 출발은 정의롭다고 할 수 있다. 청년들이 좌절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것에 대해 토를 달 사람은 없다. 하지만 출발이 ‘정의’롭다고 해서 과정과 결과도 ‘공정’한 것은 아니다. 게다가 두 정책금융 모두 씁쓸한 한국 사회의 현실이 투영돼 있다.

가장 현실적인 걸림돌은 ‘예산’ 문제다. 애초 1년차 예산으로 456억원을 책정했던 청년희망적금엔 최소 1조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간다. 청년도약계좌는 한 해에만 7조56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일회성도 아니다.

청년희망적금이나 청년도약계좌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해 세대 내 불평등을 해소하고, 공정한 출발이 이뤄질 수 있게 한다면야 ‘빚(적자 국채)’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우선 사회적으로 첨예한 갈등을 빚었던 ‘무상급식’ 문제처럼 보편지원이냐 선별지원이냐의 문제가 엮여 있다. 어떤 방식을 차용하든 흑묘백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거기다 두 정책금융 모두 청년세대만 따로 떼어내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한데 뒤섞다보니 복잡한 함수가 됐다. 지원받을 수 있다 하더라도 과연 2년, 10년간 꼬박 납부할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하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또 하나의 서글픈 지점은 첨예한 세대 간 갈등이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다는 암울한 현실이 목격되고 있다는 점이다. 왜 굳이 청년만 지원하냐는 것이다. ‘청년’이 아닌 3040세대, 그 윗세대는 ‘덤’이냐는 주장이다. 좌표를 찍어 한 세대를 통째로 비아냥하는 댓글이 심심찮게 보이는 현실이 서글플 뿐이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선 ‘자기반성’과 ‘용기’가 필요하다. 포퓰리즘이라는 모래성 위에 누각을 지으려는 하는 것은 아닌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포퓰리즘성 정책이 아니라 하더라도 실행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야기될 것으로 보인다면 국민에게 허심탄회 밝히고, 그 실행 과정의 경로를 바꾸는 용기도 있어야 한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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