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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푸틴의 야욕 앞에 서게 될 윤 당선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적어도 15년 전부터 ‘피의 전쟁’을 예비했다. 그는 2007년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심상치 않은 눈빛으로 단상에 섰다. 세계 안보 문제에 대한 자신의 발언이 지나친 격론을 불러일으켜도 이건 콘퍼런스일 뿐이니 화내지 말라고 했다. 발언 시작 2~3분 뒤 ‘빨간불’도 켜지 않길 바란다고 농담도 했다. 화면엔 당시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의 미소 짓는 얼굴이 나왔다.

푸틴이 무려 30분간 연설문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회의장엔 ‘공포의 침묵’이 흘렀다. 국제 질서에서 ‘일극(一極)모델’은 받아들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미국을 직격한 거다. 일극 체제에선 누구도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는다는 말을 반복했다. 글로벌 안보구조를 심각하게 생각할 ‘결정적 순간’이라고도 했다.

그는 구매력 비교에서 국내총생산(GDP)을 볼 때 인도·중국을 합치면 미국보다 더 많다고 했다. 브릭(BRIC·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 GDP도 유럽연합(EU)을 능가한다고 짚었다. 경제성장의 중심이 바뀌면 정치적 영향력도 변화하기에 ‘다극(多極)체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논리를 댔다.

푸틴의 뇌는 서방 주도의 세계질서를 거부하고 러시아가 중심에 서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던 것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은 푸틴을 주축으로 같은 생각을 가진 소수의 ‘실로비키(군·정보기관 출신 인사)’가 감행했다는 분석이 정설에 가깝다. 애국심과 러시아 제일주의로 뭉친 그룹이다. 경제특권층 ‘올리가르히(신흥재벌)’와 다르다. 러시아에 정통한 이들은 실로비키가 푸틴에게 그만두자고 하지 않는 한 우크라이나를 잿더미로 만들고 있는 전쟁이 끝나긴 어렵다고 관측한다. 푸틴의 전쟁은 ‘Z’와 만나 야만의 극단을 달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찬성하는 상징 글자다. 탱크 등에 달리더니 20대 청년의 집회에 나타나는가 하면, 유치원생은 흰 눈밭에서 Z자(字) 모양으로 줄을 서 푸틴의 침략을 정당화한다. 우크라이나의 아이들은 포탄에 맞아 붉은 피로 스러져 가는데 러시아는 또래 아이들을 프로파간다(선전)에 동원하는 것이다.

전 세계가 푸틴의 살육 현장을 목도하고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다. 미국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죽고 있다고 15년 전 핏발을 세우던 푸틴은 이너서클과 일부 극단주의자를 앞세워 전쟁놀음을 하고 있다. 더 비극적인 진단으론 실로비키가 러시아의 더 깊은 고립을 원한다는 걸 꼽을 수 있다. 중국처럼 일부 엘리트가 권력을 틀어쥐고 사회·경제를 주도해야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는 얘기다. 이런 게 푸틴이 바라는 다극 체제라면 어느 나라가 동조하겠는가.

전쟁의 포화 속에 한국에선 새 리더십이 곧 출항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세계 권력자들의 틈바구니에 던져졌다. 야만의 푸틴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어떤 역할을 할 건지 아직 패를 보이지 않는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상대해야 한다. 전쟁이 종료해도 이들의 시선은 우크라이나에 국한하지 않을 게 자명하다. 다극 체제를 명분으로 노선 선택을 강요할 수 있다. 당선인이 실수하지 않도록 주변 참모가 냉정하고 치밀하게 계산을 해줘야 한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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