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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교야구 ‘고시엔’에 日 열도가 열광하는 이유

일본의 만화나 소설, 영화 등에 자주 등장하는 고시엔은 전국 4000여개 야구팀이 우승기를 놓고 경쟁하는 일본 최대의 고교 야구 대회다. 일본 한신타이거스의 홈구장이기도 한 고시엔은 일본 고교 야구 선수들에게는 무대에 서는 것 만으로도 영광인 ‘꿈의 구장’으로 불린다.

지난해엔 한국계 고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선전하면서 한국어 교가가 고시엔 구장에 울려 퍼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의 고교 야구의 인기가 지속되지 못한 것과 달리 일본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스포츠 전문기자인 저자는 한 세기 이어져온 일본 고교 야구를 집중 분석하며, 일본이 왜 그토록 야구에 열광하는지, 고시엔의 빛과 그림자를 심도 있게 파헤친다.

고시엔은 흔히 청춘과 동일시된다. 미숙하지만 꿈을 향해 나아가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청춘과 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 청춘 드라마 이미지가 어른들의 시각에서 만들어졌다고 본다. 청춘의 시기를 넘겨버린 어른들이 고시엔을 통해 자신의 청춘, 잃어버린 순수성을 떠올리는 추억의 장으로 만든 것이다. 특히 평소 감정을 드러내길 꺼리는 일본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야구 소년들의 패배와 승리의 뜨거운 눈물을 통해 위로 받고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데 일본적 특색이 있다.

저자에 따르면, 고시엔은 또한 ‘신문의 나라’가 만들어낸 작품이기도 하다. 매일 발행되는 신문 입장에선 다른 스포츠와 달리 매일 보도할 수 있고 기사 쓰기에 적합한 야구가 필요했다. 아사히 신문은 이런 관계에 처음으로 눈을 떴고, 학생 야구의 인기와 함께 사세가 커졌다. 일본의 주요 신문은 모두 야구를 매체로 성장해왔다는 특징이 있다.

아날로그 문화와 함께 해온 고시엔은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보조를 맞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비디오 판독이 보편화된 현재에도 도입을 꺼리고 있고, 제비뽑기를 하고 가위바위보로 승부를 결정짓기도 한다.카운트 보드를 직접 만들고, 복잡한 전광판까지 여전히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야구장도 있다. 저자는 이런 고시엔의 모습은 도장, 팩스 문화 등 아날로그 일본 사회와 닮았다고 얘기한다.

그런 측면에서 고시엔은 매뉴얼을 중시하는 일본 사회 축소판이기도 하다. 고시엔만의 특별한 등번호 규칙부터 선수를 소개할 때 반드시 ‘~군’을 붙여야 하는 것을 포함해 다양한 경우의 수에 대비한 방송 매뉴얼, 야구만의 불문율까지 매뉴얼은 세세하고 구체적이다.

저자는 이런 문화의 특수성이 고립돼가는 ‘갈라파고스 고시엔’을 만들고 있다고 본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제대회에서 금지하고 있는 금속배트를 여전히 사용하고, 선수들 대부분이 빡빡머리를 하는가하면, 감독과 선수, 상급생과 하급생, 주전과 후보, 심판과 선수 사이의 수직관계는 숙제로 남아있다. 국내 첫 고시엔 해설서로, 고시엔을 통해 일본사회를 조명한 점이 눈에 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청춘, 여름 꿈의 무대 고시엔/한성윤 지음/싱긋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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