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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부동산이 가른 대선…‘시장과 싸우지 말라’

20대 대통령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8일 저녁 한 지인과의 만찬자리. 그는 소위 부동산전문가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다음날 벌어질 대선 전망으로 가득했다. 이번 대선을 부동산 민심이 좌우할 것이란 평가처럼 이야기의 화두에서 집값 문제는 빠지지 않았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먼저 양 후보의 공약에서 큰 차별점이 두드러지지 않아 누가 당선이 되더라도 부동산정책의 변화 흐름이 대동소이할 것이란 데에 공감대가 모였다. 실제 양 후보는 서로가 서로의 공약을 경쟁적으로 벤치마킹하기 바빴던 게 주지의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면밀한 사전 검토보다는 당장 대중의 정서를 만족시키려는 조급함이 역력했다. 대표적인 게 재건축으로, 대표되는 정비사업의 용적률 완화였다. 특히 준공 30년을 훌쩍 넘어선 1기 신도시들을 향한 양 후보의 구애가 뜨거웠다. 이미 용적률 200%를 넘어서는 1기 신도시들은 현행 제도하에서는 재건축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에 최근 대안으로 리모델링이 추진되고 있는데 대선 국면을 거치며 사업성을 대폭 개선시켜주겠다는 공약이 쏟아졌다. 사업성을 개선시켜 공급량을 늘리고, 1기 신도시의 재정비도 도모하겠다는 심산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는 용적률을 대폭 높여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는 공약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실제 1기 신도시에 거주해본 이들이라면 대선에서 제시된 공약의 현실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 공약이 실현되려면 소위 ‘닭장 아파트’로 지어질 가능성이 농후해서다. 설사 성공적으로 이행된다해도 주택공급을 늘리는 효과는 거둘 수 있겠지만, 주거의 질은 크게 퇴보할 게 분명하다.

1기 신도시의 용적률 문제를 대표 사례로 꼽았지만 기타 다수의 부동산 관련 공약에서도 시장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완화 문제의 찬반논란, 소위 공급폭탄으로 불리는 주택공급 확대에 대한 구체적인 재원조달방법, 갖은 부작용을 양산한 끝에 겨우 안정을 찾아가는 임대차 3법의 재개정 등은 향후 여야 간의 뜨거운 공방전으로 이어질 게 자명하다.

어찌됐든 이런 한계를 안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선거가 윤석열 후보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새 정부는 현재 진행형인 집값 문제의 해법 도출에 속도를 낼 게 분명하다. 다만 앞서 지적해온 부동산 공약에 대해 국민 대부분이 현실성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할 것 같다. 국민 절반이 부동산전문가라 하는 시대니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지난해 말부터 거침없던 집값이 잠시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취임과 함께 쫓기듯이 집값 문제 해결에 등판해야 할 최악의 상황은 모면한 듯싶다.

결론은 시장과의 대화다. 다수의 전문가는 새 대통령 당선인에게 유연함을 요구한다. 지난 정권 부동산정책의 패착이 다주택자를 ‘죄인’과 같이 취급했던 지나친 아집과 경직성에 있었기 때문이다. 부디 새 당선자가 급하게 마련한 공약에 구애받지 않고 시장과 대화하며 정책을 구사할 수 있는 여유를 지녔으면 한다. 더구나 주요 공약의 이행을 위해서는 여소야대의 국회의 험난한 지형도 넘어서야 한다. ‘정부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기본 명제에 충실한 정부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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