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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푸틴의 무력, 문 대통령의 탈원전

“성경을 읽기 위해 촛불을 훔쳐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수단이 타락하면 목적 또한 오염된다는 뜻입니다.”

최근 인상 깊게 본 ‘소년심판’ 시리즈에서 이 대사가 계속 맴돌았다. 정치권 진출을 노리는 부장판사에게 진실공개를 설득하는 장면이었지만 지금 현실에도 딱 들어맞는 메시지라 여주인공의 일침이 더욱 묵직하게 들렸다. 마침 우크라이나를 향한 러시아의 무자비한 공세가 극에 달하고 있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목적은 자국 보호, 나아가 패권 강화다. 우크라이나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고, EU(유럽연합)에 포함되면 군사·외교적으로 러시아를 향한 서방의 위협이 거세질 수 있다는 것이다.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자국과 같은 뿌리로 여기고 전략적 요충지로 강조해왔다. 미국이 주도하는 NATO 가입 저지는 푸틴 입장에서 사수해야 할 사안이다.

이런 목적을 위해 푸틴은 수단을 가리지 않았다. 무차별 공격으로 무고한 우크라이나 시민이 희생됐고, 급기야 유럽 최대 원전도 포격당해 폭발위험에 처하기도 했다. 각국 정부의 제재와 기업들의 철수로 러시아 경제가 휘청이며 최대 위기를 맞은 것은 물론 글로벌 증시 폭락과 유가 및 원자재 폭등까지 발생하며 전 세계를 수렁에 몰아넣었다. 타락한 수단이 목적을 오염시킨 것 이상으로 사실상 목적을 가렸다. 현재 그 누구도 푸틴의 목적에 주목하지 않는다. 그의 극단적인 수단만이 도마에 올랐다.

명분을 세우고 목적을 정하는 것 자체는 시작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이를 위해 선택하는 수단과 방법이다. 늘 날카로운 잣대도 목적이 아닌 수단을 향했다. 한 나라 대통령 평가도 어떤 수단을 쓰고 어떻게 실천했는지에 따라 엇갈린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말까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대국민 진화에 나설 정도로 ‘탈원전’은 줄곧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공격적으로 추진했던 탈원전은 문재인 정부 에너지정책의 핵심 수단이다. 원전 안전 문제 등의 이유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란 목적을 위한 카드였지만 끝내 탈원전은 국민적 신뢰를 얻지 못했다.

비록 탈원전정책 수립에 “절차적 문제가 없다”는 감사원 결론에도 그에 앞서 제기된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의혹까지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두산중공업 등 기업들은 탈원전에 직격탄을 맞아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탈원전 드라이브에 의욕적으로 추진한 태양광은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로 국내 주요 기업들이 줄줄이 발을 빼며 결과적으로 정부의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해도 임기 말 나온 문재인 대통령의 “원전이 주력” 한 마디로 수많은 이가 탈원전에 허탈감을 갖기엔 충분했다. 9일 대선 후 탈원전정책이 지속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코로나19 위기에 정부는 각종 지원금을 쏟아부었지만 국가부채는 계속 쌓이고 있다. 이대로는 2020~2026년 한국의 국가부채비율 증가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전체 1위가 될 수 있다는 전망(한국경제연구원)도 나온다. 과도한 수단(재정지출)이 낳은 이면이다.

한국은 다음 5년이 걸린 지도자 선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선택의 결과는 차기 대통령이 꺼낼 수단과 사용법에 달렸다. 목적을 세우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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