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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 인간과 자연, 그리고 건강

“병은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날마다 조금씩 자연에 짓는 죄가 쌓여서 생긴다. 지은 죄가 많아지면 그때 갑자기 병이 생긴다.”

‘의학의 아버지’히포크라테스가 남긴 건강 명언 중 하나다. 자연에 짓는 죄란 무엇일까? 아마도 자연의 순리에 따르지 않고 되레 거스르는 인간의 삶을 지적한 것이 아닐까 한다. 어느덧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에 들어섰다. 서서히 한 해 농사를 준비해야 할 때다. 필자는 대개 4월 초순께 옥수수와 감자를 파종한다. 둘 다 도시농부나 초보 귀농인도 그리 어렵지 않게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이다.

그런데 올해로 귀농 12년차인 필자는 이 옥수수 재배를 놓고 걱정이 많다. 지난해 맨땅에 파종한 씨앗과 어린 싹을 꿩·산비둘기 등 날짐승들이 죄다 파내어 먹거나 훼손하는 바람에 세 차례나 다시 심어야 하였다. 이 때문에 풀이 먼저 자라 김매기를 하면서 애를 먹었다.

날짐승의 훼방을 피하려면 먼저 육묘용기(tray)에 옥수수 씨앗을 넣어 싹을 틔워 어느 정도 키운 다음에 밭으로 옮겨 심으면 된다. 문제는 이렇게 하면 땅에 직접 씨앗을 넣어 키운 옥수수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이다. 자연에 맡겨 하늘·땅이 직접 옥수수를 키우게 하면 자연의 맛, 자생력의 맛을 얻을 수 있다. 물론 한바탕 새들과의 전쟁은 피할 수 없다. 해마다 옥수수 농사를 지어본 결과, 맨땅에 씨앗을 파종해 두세 번 김을 매주고는 이후 잡초·벌레와 공생하도록 키운 옥수수가 가장 맛있었다. 비닐로 두둑을 덮고 거름을 준 옥수수는 줄기도 크고 열매도 실하지만 맛은 크게 못 미쳤다. 다른 작물도 마찬가지다.

다시 히포크라테스의 건강 명언을 빌리자면, 그는“음식이 곧 약이고, 약은 곧 음식이다.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의사도 못 고친다”고 역설했다. 그렇다면 어떤 먹거리가 ‘약’이 될까?

지난 1월 말 농장 뒷산에 올랐다가 우연히 영지버섯(불로초)을 만났다. 혹한기에 자연산 영지버섯을 얻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자연산은 인공적인 시설에서 재배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 약성이 재배산보다 훨씬 뛰어나다. 인위적으로 재배하는 인삼이 결코 산삼이 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필자는 해마다 5월이면 ‘나물의 여왕’ 곰취를 얻기 위해 주변 산에 오르곤 한다. 자연산 곰취는 해발 700m가 넘는 가파른 산비탈을 힘겹게 오르내리면서 한장 한장 뜯어 모아야 한다. 자연산 곰취의 맛과 향은 재배산과는 비교 불허다.

자연산에 가까운 재배 작물을 얻고자 한다면 최대한 자연에 맡겨 농사를 짓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필자가 반복되는 새와의 전쟁에도 맨땅에 옥수수 씨앗을 뿌리는 이유다. 자연과 더불어 키운 작물은 사람의 면역력을 높여주고 치유까지 선물한다.

“자연이 아니면 몸 안의 질병을 결코 이겨낼 수 없다. 병을 낫게 하는 것은 자연이다. 면역력을 키우는 것은 최고의 의사이자, 최고의 치료법이다. 우리 안에 있는 자연적인 힘이야말로 모든 질병을 고치는 진정한 치료제다.”

코로나19 등 반복되는 팬데믹 시대에 인간과 자연, 그리고 건강과의 관계에서 자연과 그 면역력을 특히 강조한 히포크라테스의 건강 명언은 더욱 의미심장하게 와 닿는다.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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