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오연주의 현장에서] 복합쇼핑몰이 대선 이슈된 진짜 이유

최근 유통가에서는 e-커머스업체 쿠팡이 연매출 22조원을 넘어서며 기존 유통공룡들을 제치고 최강자로 자리 잡은 것이 화제가 됐다. 국내 유통업체 1위인 이마트의 매출도 연 16조원대에 그친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이미 온라인과 무한경쟁 체제로 들어간 지 오래지만 이들을 옥죄는 규제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이름을 아무래도 잘못 지은 것 같다”는 말은 업계에서 흔히 하는 말이다. 발전은커녕 발전을 가로막는 법에 대한 불만이다.

대선을 이틀 앞두고 있지만 광주 복합쇼핑몰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무엇보다 이 이슈는 지금 이 시점, 광주에만 국한된 이슈가 아닌 케케묵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핵심은 유통산업 전반에 대한 인식 변화인데 실제 유통현장에서 듣는 목소리와 정치논리의 온도차는 극명하다. 지난해 여당은 규제 일변도의 자세에서 벗어나 대형 마트의 온라인 판매에 대해 의무휴업, 영업시간 제한을 풀어주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여전히 법안은 제자리걸음이다. 유통업계는 여당의 변화를 기대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고 오히려 더 센 규제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지난해 11월에 열린 한 토론회도 그 사례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유통산업의 야간노동 확산에 대한 법제도 개선안 모색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이 토론회에서는 쿠팡 등 무점포 영업에 대한 영업시간 규제 논의가 나오면서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처럼 물류센터의 운영시간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제 온라인 배송까지 규제를 검토하겠다는 것.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광주 복합쇼핑몰을 반대했던 논리는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유통대기업과 재래시장·소상공인을 갈라치는 이분법 말이다. 지난달 25일 광주 상인·시민단체는 광주 전통시장인 양동시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얄팍한 정치 상술, 복합쇼핑몰 유치 공세 중단하고 제대로 된 지역발전 공약을 제시하라”며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마치 시계를 5년 전으로 돌린 것과 같은 풍경이다.

그러나 복합쇼핑몰은 단순히 쇼핑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여가시설이고,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상인들도 자영업자다. 특히 쇼핑몰이 생기면서 지역상권을 살린다는 연구결과가 있고, 대형 마트가 들어선 뒤 전통시장 고객이 오히려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가 2017년 신용카드 사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조사해본 결과, 대형 마트로 옮기는 전통시장 고객은 4.9명인 데 비해 대형 마트를 이용하면서 시장을 함께 찾는 신규 고객은 14.6명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난 2017년과 비교해 달라진 긍정적인 점이 있다면 무엇보다 소비자의 목소리가 커졌다는 점이다. 복합쇼핑몰 하나 없는 유통 환경에 문제를 제기하는 평범한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해묵은 이분법에만 갇힌 현 상황의 문제점도 보다 쉽고 분명하게 보이지 않을까.

oh@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