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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李·尹·沈 한목소리, ‘음식 배달 때 일회용품 쓰려면 돈 더 내야’[지구, 뭐래?]
[사진 연합, 일러스트 박지영]
대선 후보에 물었습니다

[헤럴드경제 = 김상수·최준선 기자]음식을 배달할 때 일회용품을 쓰려면? 돈을 추가로 내야 한다.

시장이나 마트에서 음식을 살 때 휴대용기에 담아달라고 요구하면? 상인은 거부할 수 없다.

과일이나 채소를 불필요하게 비닐로 포장·판매하면? 규제해야 한다.

헤럴드경제는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와 함께 20대 대선 후보를 대상으로 ‘생활 속 환경’ 주요 쟁점을 질의했다. 기후·에너지나 생태계, 원전 대책 등도 중요한 공약이지만, 좀 더 실생활과 맞닿은 분야를 두고 대선 후보의 견해를 듣기 위해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등 3명의 주요 후보는 모두 같은 답을 내놨다.

후보 간 비교하는 데엔 어려움이 있지만, 대신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차기 대통령은 이를 추진하겠다는 의미가 된다.

해당 질의는 총 8개 항목으로, 일회용품 금지나 대체육 활성화, 골프장 규제, 선거 폐기물 절감 등을 담고 있다.

[연합뉴스]
배달 때 일회용품 무상 제공 금지

먼저, 배달 서비스의 일회용품 사용 금지. 배달 서비스는 일회용품 사각지대로 꼽힌다. 최근 배달 서비스가 급증하면서 일회용품 사용도 급증세다.

꼭 필요한 일회용품이라면 사용이 불가피하지만, 문제는 가정 배달 등 굳이 쓸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도 일회용품이 남발되고 있다는 점. 이에 일회용품 사용 자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꼭 필요한 경우엔 유상으로 구매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각 대선 후보에게 ‘소비자 부담 증가를 감수하더라도 배달 시 일회용품 무상 제공을 원전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 여부를 물었고, 모든 후보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용기내 챌린지, 거부 못해

‘용기(容器)내 챌린지’. 불필요한 포장 쓰레기를 줄이려는 소비자들이 직접 장바구니나 다회용기 등을 가져가면 이에 판매자가 비닐이나 일회용 포장재 대신 이를 써서 쓰레기를 줄이는 운동이다.

이 캠페인은 이제 유명 연예인이나 기업 최고경영자, 정치인 등까지 참여하며 널리 확산되고 있는 자발적 환경 운동이다. 하지만 운동이 확산될수록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업주, 판매자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용기를 거절하는 일도 늘고 있기 때문. 쓰레기를 줄여보려 불편함까지 감수하며 용기를 챙겨갔는데, 오히려 ‘프로 불편러’ 취급 받았다는 하소연도 쉽게 발견된다.

3명의 후보들은 모두 ‘개인이 다회용기를 들고 가면 마트나 시장이 용기를 수용하도록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전통시장도 일회용 비닐 사용 금지

지난 2019년부터 대형마트 등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은 금지됐다. 장바구니를 챙겨가거나 꼭 필요한 경우 비용을 지불해 종량제 쓰레기 봉투를 구매하는 식이다.

하지만 여전히 전통시장은 예외다. 소상공인의 부담을 감안한 것으로, 소규모 상점이나 전통시장 등에선 일회용 봉투가 쓰이고 있다. 모든 후보들은 ‘전통시장도 규제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핵심은 방향성이다.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감안, 시점 등을 조절하더라도 예외없이 일회용 비닐 봉투를 쓰지 말아야 한다는 목표. 모든 후보가 동의한 만큼 누가 당선되더라도 차기 대통령이 이행할 공약이다.

지난 설 명절 대목, 서울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에 겹겹이 포장된 과일 선물 세트가 진열돼 있다. [최준선 기자]
과일 채소 비닐 포장 사라진다

마트에서 과일이나 채소를 고를 때마다 제로웨이스트 활동가들은 스트레스다. 과일마다 비닐에 포장돼 있고, 가지, 버섯 등도 비닐랩에 꽁꽁 싸매져 있다. 심지어 낱개로.

남들 손에 닿지 않은 식품을 판매한다는 취지만으로 이해하기엔 너무 과할 때가 많다. 프랑스에선 올해부터 대다수 과일·채소의 플라스틱 포장이 금지됐다. 바나나, 사과, 키위, 부추, 당근, 토마토, 감자, 가지 등 30개 품목도 선정했다.

그 외에 크기가 작거나 손상되기 쉬운 품목도 단계적으로 플라스틱 포장을 금지한다.

당장 프랑스 수준의 규제를 도입할 순 없더라도, 최소한 불필요한 과일 채소 포장을 줄이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랩포장을 원치 않는 소비자의 선택권도 보장해줘야 한다. 후보들은 ‘프랑스와 비슷한 규제를 임기 내에 도입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대체육 [123RF]
대체육 시장 키우겠다

온실가스 배출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그 중 적지 않은 비중이 바로 축산산업이다. 세계식량기구에 따르면, 축산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전 세계 발생 총량의 18%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자동차, 트럭 비행기 등을 포함한 교통 부문(13.5%)보다도 많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내연기관 판매 금지 등을 추진하지만, 정작 그보다 더 비중이 큰 게 바로 육류 소비다.

소 방귀 등에서 배출되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효과가 20배 이상 더 강력하다. 최근 대체육 시장이 주목받는 것도 건강이나 동물 복지 차원이기도 하지만, 온실가스 절감 효과를 바라는 이유도 있다.

후보들은 대체육 시장 활성화 등을 통해 현재보다 육류 소비를 절감해야 한다는 데에 모두 동의했다.

‘골린이’ 유행, 산은 누가 지켜요?

코로나 사태 이후 골프가 크게 유행하면서 갖가지 신조어도 등장하고 있다. 골프를 새롭게 배우고 필드에 나서는 ‘골린이’도 그 중 하나. 젊은층까지 골프층이 급속도로 확산 중이며, 골프를 다룬 각종 TV 예능 프로그램도 인기다.

그러다 보니 골프장 건설 및 유지 등으로 보전지가 파괴되고 불법 산림 훼손이 이어지는 사건도 늘고 있다. 후보들은 한목소리로 골프장 건설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서울시 종로구 일대에 부착된 선거홍보 현수막의 모습. [최준선 기자]
현수막, 종이공보물…, 선거 폐기물 퇴출

선거 때마다 쏟아지는 선거 폐기물. 석거 벽보, 현수막, 공보물, 선거만 끝나면 모두 일회용으로 버려질 운명들이다. 이번 대선에서 사용된 벽보는 100만부가 넘는다.

공보물은 더 어마하다. 세대수를 기준으로 공보물을 배포하고 후보의 공보물이 모두 포함된다. 국내 세대 수는 2300여만 세대.

현수막은? 지난 대선에선 현수막이 5만여장 사용됐다. 이번 대선엔 현수막 사용 규정이 완화되면서 이번 대선에선 2배 가량 더 많은 현수막이 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모든 국민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주려는 취지는 옳다. 하지만 시대는 급변하고 있는데, 선거 홍보 방식은 제자리다. 유튜브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주 홍보수단으로 각광받는데, 쓰레기를 남발하는 기존 방식은 줄지 않고 있다.

해법은 분명하다. 후보들이 모두 대승적으로 합의하면 된다. 쓰레기 남발을 야기하는 홍보수단을 대폭 축소하거나 없애고, 정보 소외계층만을 위한 방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쓰레기, 선거비용도 모두 줄일 수 있고, 거대 정당과 군소 정당의 선거운동 형평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매번 선거 때마다 지적되고 있지만, 이번 대선 역시 큰 진전 없이 마무리되고 있다. 3명의 후보는 ‘선거 홍보 효과 감소나 투표율 감소 등의 부작용을 감안하더라도 종이 공보물이나 현수막 등 선거 관련 폐기물 배출을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 선거 땐 바뀔 수 있을까?

소비자 아닌 기업이 변해야! 규제 강화

제로웨이스트 운동, 철저한 분리배출. 다 좋지만, 결국 핵심은 기업에 있다. 생산자가 쓰레기 배출을 줄이지 않는다면 아무리 소비자가 노력해도 한계가 있다. 그리고 쓰레기 배출 문제는 분명 생산자, 기업에 우선 책임이 있다.

과대 포장은 현재에도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하지만 금액은 적발 횟수에 따라 100만~300만원에 그친다. 기업으로선 과대 포장을 줄이려는 노력보다 차라리 걸리면 과태료를 내는 게 더 나을 수준이다. 그러니 바뀔 리 없다.

필요한 건 규제 강화다. 불필요한 쓰레기 배출에 기업이 책임 의식을 갖고 부담을 느끼도록 현실성 있는 규제 수준이 필요하다. 후보들은 ‘과대 포장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20대 정부에선 기업이 솔선수범 과대 포장을 줄여가길.

dlcw@heraldcorp.com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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