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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급 빼고 다 올라 저소득층부터 타격…올해 물가 4%대 가능성도
국제유가 110달러 돌파…7년만에 처음
소득 하위 20%, 연료비 지출 1년 새 10% 증가
[연합]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국제사회가 원유·천연가스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에 대해 경제 제재에 나서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이어 한때 110달러 선까지 돌파함에 따라 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여년 만에 4%대로 올라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석유류 가격 상승을 필두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물가의 충격은 저소득층부터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4일 통계청의 2월 소비자물가 동향 발표에 따르면 휘발유(16.5%), 경유(21.0%), 자동차용 LPG(23.8%)가 일제히 상승하면서 석유류가 주요 품목 중 가장 높은 19.4% 상승률을 기록했다.

게다가 3월 들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국제사회의 제재로 국제유가는 110달러선까지 치솟아 국내 물가 부담은 더욱 심화하게 됐다. 문제는 각국 정유업체들이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하기 시작하면서 국제유가가 15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에너지 수출입 거래 부문에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제재를 부과하거나 러시아산 석유·가스의 대규모 공급 중단이 발생하면 일시적으로 150달러 수준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통상적으로 국제유가 상승이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되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국내 석유류 가격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한국은행이 유가 상승을 반영해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3.1%로 올렸고,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연평균 100달러로 오르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11년 12월(4.2%) 이후 10년여 만에 처음으로 4%대에 진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3.2%) 이후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3%대 상승세를 이어갔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파장이 반영되면 상승률이 더 커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3위 산유국인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확대되거나 장기화할 경우 국제유가는 걷잡을 수 없이 튀어 오르고, 국내 물가 상승률도 더 치솟을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통제할 수 없는 대외 변수가 국내 물가를 좌우하는 상황이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가가 100달러보다 더 오른다고 하면 물가 상승의 또 다른 요소가 되기 때문에 상승률은 4%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물가 상승의 충격이 저소득층에게 먼저 돌아간다는 것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작년 4분기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가 지출한 연료비(광열 연료비·운송기구 연료비 합계)는 월평균 8만7706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49원(10.1%) 증가했다. 1분위의 가계 소득 대비 연료비 지출 비중은 8.3%로 전체 가구 평균(3.9%)의 두배를 웃돌았다.

반면 5분위(소득 상위 20%)의 경우 소득 대비 연료비 비중이 2.8%에 그쳤다. 똑같이 연료비가 늘더라도 소득 대비 지출 비중이 큰 1분위의 부담은 더욱 커질수밖에 없는 구조다.

연료비는 문화나 오락비와 달리 줄이기가 어렵고, 일정 수준 이상은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라는 점에서 자가용으로 영업하는 영세 자영업자 등 추가 타격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석유류 가격과 연동되는 가공식품이나 공업제품 가격 급등도 가계 살림살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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