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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NFT와 집에 대한 소유욕

최근 투자시장에 ‘NFT’ 인기가 높아지자 대선 후보마다 시장활성화를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아 눈길을 끈다.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으로 풀이되는데, ‘대체 불가능’과 ‘토큰’을 따로 이해하면 쉽다.

먼저 ‘대체 불가능’. 디지털 파일마다 고유한 개별적 특성이 있어 다른 파일과 대체할 수 없다는 의미다. 부동산을 예로 들면 압구정동 한강변 ○○번지 20층 아파트는 딱 한 채만 있다. 비슷한 곳이 있겠지만 층수마다, 아파트마다 다 조금씩 다르다. 거기서만 볼 수 있는 조망권과 접근권이 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대체 불가능성이다.

이런 대체 불가능한 디지털 파일을 거래가 가능하도록 ‘토큰’으로 만든 게 NFT다. ‘토큰’은 뭘까. 조금 복잡한데 ‘블록체인’ 개념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수많은 컴퓨터에 동시에 기록해 저장하는 ‘분산형 디지털 장부’라고 이해하면 쉽다. 특정한 중앙 서버에 거래기록을 저장해 보관하지 않고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 컴퓨터에 거래내용을 기록하기에 데이터를 위조하거나 변조할 수 없다.

부동산은 법원 등기소에, 주식은 거래소에 등록이 돼 있는 것처럼 디지털 파일을 블록체인 장부에 등록을 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등록하는 걸 ‘토큰화’한다고 표현한다. 본인이 소유한 자산을 공신력있는 곳에 기록해 소유권을 증명하는 것이다.

NFT가 투자시장에서 혁명적으로 통하는 건 ‘복사해 무한 붙이기(복붙)’가 가능했던 디지털 파일을 비로소 자산으로 거래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디지털 자산에 대한 소유권 기록이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에 기록돼 있어 이젠 원작이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는지, 현재 소유자가 누구인지, 어디에 저장돼 있는지, 누구에게 팔렸는지 등에 대한 기록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 부동산 등기 기록과 똑같다.

NFT가 흥미로운 건 사람들의 소유욕과 과시욕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는 점이다. 모두가 공유하고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파일인데, 사람들은 그걸 소유하고 싶어한다. 굳이 내 소유라고 블록체인에 기록을 남기고 싶어한다. 소유욕과 과시욕 때문에 인기 NFT는 수백억원에도 거래된다. 예를 들어 ‘3LAU’라는 뮤지션은 그의 인기 앨범인 ‘울트라바이올렛’을 NFT로 만들어 경매로 내놓았더니 1168만달러에 팔렸다. 유튜브로 검색만 해도 들을 수 있는 음악파일을 자기 ‘소유’로 기록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다는 의미다. 미래학자들은 모두 NFT는 미래 디지털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키워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사람들의 소유욕이 미래시장을 움직일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쯤에서 다시 부동산 이야기로 돌아가자. NFT 활성화를 말하는 대통령 후보가 어째서 부동산 소유는 불온하게 생각하면서 임대주택 공급만 강조하는 것일까. 왜 집은 소유하는(buy) 곳이 아니라 사는(live) 곳이라고 믿는 것일까. 대체 불가능한 서울 강남 한강변 아파트를 비싼 돈 주고 거래하겠다는 걸 왜 굳이 막으려 하는 것일까. NFT 투자에 관심 있다면 부동산 소유에 대한 욕구도 인정해야 한다. 사람에 따라 집은 사는 곳이 아니라 소유하고 싶은 대상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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