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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독 경제’의 진화, 읽기·힐링·사용·동행으로

[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 기자] ‘구독(購讀)’은 독일(아인코멘데 자이퉁,1650년) 보다 빠른 세계 최초의 민간 대량인쇄 신문인 한국의 조보(朝報:1577년)부터 시작된다.

조보엔 관급 소식이 많아 공공기관이 발행한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공인을 받은 민간제작소에서 인쇄해, 반(班)이든 상(常)이든 일반 백성 등 대중(Mass)에게 유료 판매했다.

▶신문과 유료만 구독이냐, “완전 아니다”= 신문역사를 살펴보면 대량 인쇄된 민간 일일간행물은 한국이 최초이지만, 여기에 상품 광고 까지 얹은 것은 17세기 독일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진다. 유럽의 초창기 대중신문사은 자기들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대체로 기사를 돈 받고 팔았고, 18세기 시민혁명기를 거치면서 기사 영역과 광고 영역을 분리한다. 지주-상공인-전주 등 부르조아 계급이 권력을 잡은 후 재력 보다는 품격을 겉으로 내보이려하고, 언론과 권력이 이 경향을 상호이해하면서, 기사와 광고가 분리됐을 뿐, 초록이 동색임은 오늘날도 대동소이하다. 센 척 하는 곳일수록 더 교활하다는 지적도 들린다.

콘텐츠 제작기업의 유지수단이기도 한 ‘구독’의 본래 뜻은 ‘구입해서 읽는다’는 것이지만 20세기 말부터 공공기관, 단체, 기업, 학교 등 다양한 주체가 만든 콘텐츠를 무료로, 정기적으로, 정해진 경로로 읽는 것도 구독이라 칭하기 시작했다.

생명의 레터 ‘플레이라이프’

▶무료라도 관계 개선, 신뢰 도모= 엄밀히 말하면 돈 주고 사지 않는다는 면에선 ‘購讀’이란 표현이 틀리지만, 구할 구(求)를 써도 되고, 굳이 한자로 표현하지 않으니 상관 없었다. 유튜브 채널의 구독은 일견 무료인 듯 하다. 다만 채널의 주체가 돈을 버는 기준이 되므로 순수한 무료는 아닌데, 한글 표현 ‘구독’에 부합하는데에는 아무 지장이 없다.

‘구’자 뜻 만 바뀐 게 아니라 ‘독’의 뜻도 바뀐다. 읽는다는 의미를 넘어, ‘체험한다’, ‘사용해 본다’, ‘신상 나올 때 마다 일빠로 써본다’, ‘정기적인 충성도 만큼 혜택도 더 본다’로 확장된 것이다.

정보화 시대 대표적인 구독은 뉴스레터이다. 관심,취향,연령,구독자의 환경에 맞춰 보내져오거나, 구독자가 선택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접할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특정 상품을 써 보기 까지 하는 구독 역시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월간 ‘가볼래-터’ 최근호(강원도편) 일러스트

▶관광공 가볼래터, 지자체,여행사도 이득= 한국관광공사는 국내 최초의 여행콘텐츠 정기구독 서비스 ‘가볼래-터’를 지난7월부터 송출하기 시작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가볼래-터는 ‘가볼래?’와 ‘뉴스레터’의 합성어이다.

구독자들은 매달 중순, 신규 개장 또는 이슈 여행지 정보를 받아보게 되고, 구독 신청 이후 주어진 미션을 완료하면 그 다음 달부터는 다양한 체험권을 제공하는 여행복권에 응모할 수 있다. 7월호는 100만건에 육박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가볼래-터의 인기에 힘입어 신상, 리모델링, 숨은곳 발굴 등의 성과를 거둔 지자체와 여행업계가 희색한다. 아울러 뉴노멀 여행지에 대한 국민의 선구안도 좋아졌다.

뉴스레터 제작 업계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이용자수, 발송량 보두 80%대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마음을 얻는 생명의 레터=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청년들의 마음 성장을 돕기 위해 지난 1월 리뉴얼 론칭한 ‘플레이라이프’를 통해 마음을 얻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MZ세대와 접점을 극대화하고 양질의 마음 성장 콘텐츠를 확산하며 온라인,비대면 복지서비스의 장을 열었다고 재단측은 밝혔다.

‘플레이라이프’는 멘토,롤모델의 극복 스토리를 전하는 인터뷰 형태의 콘텐츠 ‘PEOPLE’, 책, 동영상 등 참고자료 속 인용문에 ‘플레이라이프’만의 정신건강 코멘트를 결합한 ‘QUOTE’, 밀레니얼 세대가 공감하는 아티스트와 협업해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음원 콘텐츠 ‘MUSIC’ 등의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세상 소식 전문 ‘뉴닉’은 정치, 경제, 세계, 문화 등 세상사 전반을 다루는 뉴스레터로 주요 이슈 및 대형 이벤트와 관련된 각종 정보를 정리해 제공하고 있다. 특히 어려운 정보를 알기 쉽도록 구어체와 일상 단어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청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유행어도 늘 알려줄게= ‘어피티’는 금융·경제에 대한 정보를 담은 ‘머니레터’라는 뉴스레터를 통해 유저들과 소통한다. ‘머니레터’는 금융 분야 소식을 짧은 키워드 형태로 제공하고, 개인별 맞춤형 재테크 솔루션을 담은 콘텐츠로 사회초년생들이 경제 관념을 키우는 것을 돕고 있다.

요즘 최신 유행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MZ세대 트렌드 전문 뉴스레터 ‘캐릿’을 구독하면 된다. ‘캐릿’은 MZ세대 및 청소년이 열광하는 트렌드에 대해 분석하고 마케팅 인사이트와 관련 연구 자료, 통계를 함께 전달하고 있다. 각종 문화생활 정보를 전하는 ‘주말랭이’는 날씨, 계절, 시즌별 주요 이슈 등 상황에 따라 주말 중 즐길 수 있는 거리를 담은 뉴스레터로 지친 현대인들이 최고의 주말을 보낼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한다.

이 밖에도 직장인 점심 메뉴 추천과 동료와 이야기 나누기 좋은 주제를 제안하는 ‘슬점’, 에세이, 영화, 가사 등 여러 콘텐츠에서 발췌한 문장을 소개하는 문학 뉴스레터 ‘문장줍기’, 부동산 지식에 취약한 밀레니얼 세대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정보를 알기 쉽게 제공하는 ‘부딩’ 등 다양한 분야가 뉴스레터가 있다.

SK텔레콤 구독 체험형 매장. 삼성전자 가전렌탈 구독 관련 상담

▶현물 정기구독 지속가능한 신뢰= 현물 사용형 구독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선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2 및 갤럭시 탭 S8 시리즈 구매 고객을 위해 '삼성케어플러스 케이스구독형' 서비스을 최근 런칭했다. 태블릿PC 고객도 서비스에 포함시켰다. 서비스에 가입하면 다양한 혜택을 준다. 자연스럽게 고객과 갤럭시간 반영구적 친밀감이 형성되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HEV(하이브리드차), 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EV(전기차) 라인업을 위한 올인원(All-in-One) 월간 구독 서비스를 영국을 필두로 선보이기 시작했다.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 출시 일정에 맞춘, 지속가능 생활 마인드의 확산, 친환경차 대중화 붐업 차원이다.

현대자동차 올인원 구독 서비스 ‘모션(Mocean)’이미지

풀무원녹즙, 건기식 정기구독 ‘혈행그린’을, 풀무원은 한식 정기구독 영양균형식 ‘정성한상’을 론칭했다. 친밀도가 생기면서 모든 것이 예측가능해지므로 신선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배상면주가는 막걸리 구독서비스를, 무인양품은 가구 구독서비스를 진행중이다.

‘구독’은 이제 ‘신뢰’, ‘네트워킹’, ‘실망시키지 않고 꾸준히’ 등의 의미로 더욱 확장 일로에 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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