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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 조만간 좋은 소식 도대체 언제쯤” 반도체 ‘통 큰 결단’ 가능할까 [비즈360]
최근 몇 년 간 대규모 M&A 5건 좌절
경제안보 대두, 자국 산업 보호 및 독과점 규제 강화
국내 기업들 M&A, 현재는 ‘가시권 밖’, “대안 필요”

[헤럴드경제=문영규·김지헌 기자] 반도체 업계가 사업 확장과 재편을 위해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면서 삼성전자의 향후 M&A 행보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뜨겁다. 대규모 M&A를 예고한 이후 아직 가시화된 전략이 나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각국 경쟁당국의 승인 지연이나 거부로 업계의 M&A가 번번이 무산되고 있어 ‘녹록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혼란한 유럽 상황과 미중 간 무역갈등, 자국 산업 보호주의 강화 등 복합적 영향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제안보전쟁으로 무릎꿇는 M&A=지난해 말부터 이달까지 3개월 간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M&A가 무산된 사례는 모두 3건이었다. 한 달에 한 번 꼴이다. 이달에만 2건이었다. 시계열을 넓혀보면 지난해 3월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의 일본 고쿠사이일렉트릭 인수 무산과 2018년 퀄컴의 NXP 인수 좌절까지 주요 M&A 실패 사례는 모두 5건에 이른다.

경쟁당국의 규제와 M&A 무산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독과점에 대한 규제, 자국 산업 우선주의와 같은 경제안보다.

최근 미국 엔비디아의 영국 반도체 설계 전문업체 암(ARM)의 인수 무산은 독과점에 대한 규제로 인한 것이다. ARM은 삼성전자·애플·퀄컴 등이 판매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기기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설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세계 모바일 기기 대부분이 ARM 기술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의 경쟁 기업들이 독과점을 우려하면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인수 저지를 위한 소송을 제기했고 유럽연합(EU)과 중국도 승인을 미뤘다. 영국도 반대했다.

세계 3대 반도체 웨이퍼(실리콘 기판) 업체인 대만 글로벌웨이퍼스의 독일 실트로닉 인수 무산 역시 독과점 우려가 이유였다. 글로벌웨이퍼스는 업계 3위, 실트로닉은 4위로 독일 규제당국은 계약 마감 시한까지 기업 결합 승인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말 중국 사모펀드 와이즈로드캐피탈의 매그나칩반도체 인수 무산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과 경제안보, 자국 산업 보호주의가 원인이었다. 중국계 투자자금이 사실상 미국기업인 매그나칩반도체를 인수할 경우 기술 유출과 같은 안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미국 규제당국이 승인을 미루면서 와이즈로드가 인수를 포기했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의 고쿠사이일렉트릭 인수는 미국 수출 규제에 반발한 중국 경쟁당국의 보복성 조치라는 분석이다. 퀄컴의 NXP 인수 역시 미-중 갈등이 이어지며 중국이 2년 간 승인을 지연하다 결국 무산됐다.

이처럼 각국의 규제가 심화하면서 업계의 빅딜이 연달아 좌초되는 가운데 대규모 M&A를 추진하는 국내 기업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경쟁사인 인텔이 공격적인 인수전략을 추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면서 삼성전자의 발걸음도 빨라져야 하는 상황이다. 의미있는 M&A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삼성전자는 규제당국의 견제까지도 M&A 전략에 고려해야 한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는 “각국의 독과점과 자국 산업보호를 위한 조치들은 계속 강화될 것”이라며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M&A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 같은 허들을 뛰어넘으면서 M&A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 M&A 전망은=우크라이나 사태와 대(對)러시아 제재, 미-중 간 무역갈등과 같은 국가간 분쟁으로 규제 장벽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반도체를 선도하는 국내 기업들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2017년 3월 미국 전장 기업 하만을 인수한 이후 아직 구체적인 M&A 행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 제공]

지난 2021년 1월말 당시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최윤호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 수년간 지속적으로 M&A 대상을 매우 신중하게 검토했으며 2023년까지 의미 있는 규모의 인수합병(M&A)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아울러 올해 1월 한종희 DX부문장 부회장 역시 M&A와 관련해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올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현재까지 약 103조원(2021년말 기준) 가량의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투자 선순환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읽힐 수 있다고 본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파운드리 사업 확대를 위해 키파운드리 인수 소식을 전했지만, 글로벌 경쟁을 위해선 대규모 투자가 향후 추가로 필요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들 기업이 파운드리와 시스템반도체 시장을 겨냥해 공격적인 M&A를 할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국가간 규제로 인해 속도를 내기 쉽지 않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은 “미래 먹거리 확장을 위해 파운드리나 시스템 반도체 기업 M&A이 필요성이 커지지만 결국 국가들의 승인을 받는 과정이 쉽지 않아 대규모 투자를 시도하기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 됐다”며 “필수 기술을 보유한 작지만 알찬 기업들을 선별해 투자를 타진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ygmoon@heraldcorp.com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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