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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국 우크라 전면전…반도체 가스공급 어쩌나” 삼성·SK 영향은? [비즈360]
러시아 對 우크라 전면전에 반도체기업 긴장
'슈퍼을(乙)' ASML, 네온가스 대체공급처 찾는 중
마이크론 "당장 재고에 문제없지만 타 기업과 협조”
삼성전자·SK하이닉스등 국내기업 우크라사태 우려 ↑
네덜란드 기업 ASML에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ASML SNS 캡처]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면전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반도체기업체들의 긴장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슈퍼 을(乙)’로 불리는 ASML과 메모리반도체를 생산하는 마이크론 등 해외 기업뿐 아니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이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내에서 특별 군사작전에 들어간 것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전면전을 개시한 것으로 본다.

2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ASML 대변인은 최근 이 매체를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공급받는 (반도체 공정 관련) 가스는 20% 이하 수준”이라며 “그럼에도 회사는 현재 분쟁으로 인해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네온에 대한 대체 공급처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ASML은 삼성전자, TSMC 등 글로벌 선두권 기업의 7㎚(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공정에서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30nm 이상 공정에 대해서는 심자외선(DUV) 노광 장비도 공급해 기업들이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작업을 돕고 있다.

업계에선 ASML이 EUV가 아닌 DUV 공급과 관련해 네온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의 장비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의 산업용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 회사의 우크라이나 공급 비중이 20% 이하로 높진 않지만, 장기적으로 확대될 수 있는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한 상황이란 지적이 나온다.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네온·아르곤·크립톤·크세논 등 반도체 원료인 비활성 가스에 대한 주요 공급국가다. 특히 세계 네온가스의 약 70%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을 생산하는 글로벌 반도체기업 마이크론은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현재로서는 우크라이나 공급을 피해 갈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충돌로 인해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전운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23일(현지간) 국경을 맞댄 러시아 로스토프역에 정차된 기차 위에 장갑차가 즐비하게 적재돼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사흘 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친러 분리주의자들이 결성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하고 평화유지를 명분으로 자국군에 이 지역 진입을 명령했다. [연합]

회사 측은 “비활성 가스 확보 경로를 다양화했으며, 네온 공급은 주로 유럽 연합과 미국, 아시아 전역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적절한 비활성 가스 재고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요 공급업체와 여러 장기 계약을 하고 중단 없는 공급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네온가스의 양은 다른 산업에 비하면 많진 않지만 수급이 중단되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달 초 미국 시장조사업체 테크세트는 “러시아가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 재료를 보류함으로써 서방의 제재에 보복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러시아가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고 미국 수출 억제에 보복할 경우를 대비해 공급망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업체들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공정용 네온의 수급에는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으나 국내 특수가스업계에서의 공급 부족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우려와 더불어 지난해부터 중국의 전력난에 따른 공장 가동률 저하로 네온·크립톤 등 희귀 가스 생산량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무역협회 통계를 보면, 지난해 수입된 네온 중 28.3%가 우크라이나(23%)와 러시아(5.3%)에서 들어왔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네온 수입 의존국가는 중국이 66.6%로 1위였지만 재작년에는 우크라이나가 52.5%로 1위였다.

반도체 식각 공정에 활용되는 크립톤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의존도가 크다. 지난해 기준 크립톤 수입 비중은 우크라이나 30.7%, 러시아 17.5%로 총 48.2%를 두 국가에서 들여왔다.

업계 관계자는 “분쟁 장기화에 따른 대응 필요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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