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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영경의 현장에서] 임대차3법, 갈수록 알쏭달쏭

임대차3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신고제)이 도입된 지 1년7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그간 ‘세입자 주거권 보장’에 초점을 맞춘 유권해석을 내놨는데 이에 반하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시장 혼란이 더해지는 모습이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며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를 거절한 뒤 새로운 세입자를 들이거나 아예 집을 팔아버리는 경우다. 물론 실거주하다가 임대·매매해야 하는 피치 못한 사정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세입자 사이에선 집주인이 새로운 임대차계약(신규 계약)을 맺음으로써 임대료를 대폭 올리거나 집을 팔 때 실거주 불가능한 ‘전세 낀 집’이 되는 걸 방지하려고 실거주권을 내세우고 본다는 의심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최근 법원은 계약갱신청구권 관련 허위 실거주 손해배상 소송에서 집주인의 손을 들어주었다. 당시 집주인은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를 거절하였다. 이에 퇴거한 세입자는 7개월 후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집주인이 주택을 판 사실을 확인했다. 세입자는 중개수수료·이사비·신규 임대차계약 체결에 따른 보증금 증액분에 대한 환산비용 등 총 957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으나 법원은 집주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하였다.

소액 사건인 만큼 판시 사항은 없지만 집주인이 세입자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하고 2년 내 제3자에게 임대한 경우 새 임대차법상 손해배상 책임이 명시된 것과는 달리 매매에 대해서는 규정된 바가 없어 이 같은 판결이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이는 정부가 내놓은 유권해석과는 차이가 있어 혼란을 더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간한 ‘임대차법 분쟁 조정 사례집’에 임대인이 실거주한다고 해놓고 주택을 팔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계약갱신이 거절된 후 해당 주택의 매도 사실을 확인한 세입자가 분쟁 조정을 통해 600만원을 배상받은 사례도 소개했다. 이는 임대차법이 아닌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손해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민법 제750조를 적용해 나온 결과다.

정부는 이 같은 차이에 대해 ‘허위 실거주’가 문제라는 입장이다. 실제 실거주 목적으로 계약갱신을 거부한 후 납득할 만한 사정에 따라 집을 임대·매매하는 건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갱신 거절 당시 ‘예측할 수 없었던 사정’이나 ‘처음부터 실거주할 목적이 없었는지’ 등은 세입자가 밝혀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선 “일단 팔고 이유는 그때 가서 만들면 된다” “2주택자가 기존에 살던 집이 안 팔려서 어쩔 수 없이 집을 팔았다고 하면 된다” “도입부터 졸속이었는데 무엇을 기대하느냐”는 등의 말도 나온다. 시행 2년을 코앞에 두고 제도 안착을 내다봐야 할 시기에 집주인과 세입자는 임대차 3법을 두고 여전히 혼란스럽기만 하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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