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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토속신앙과 종교, 진영논리에 대한 인문학적 생각

한국 사람, 한민족의 정신세계와 정체성은 무엇인가. 성별·연령·지역에 관계없이 우리 민족의 보편적인 정신적 공통점이 있는가. 수십만년 전 한반도에 살았던 석기시대의 수렵채취인 이후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면면히 내려온 민중의 정신세계는 어떻게 변화해왔는가.

과거 한반도에 살았던 선조들의 종교와 문화를 아는 것이 필요하다. 석기시대 원시조상의 정신세계의 흔적은 고인돌과 지석묘 등이다. 종교학자, 인류학자는 거석문화는 통치자의 무덤, 신에 대한 제의행사, 영혼과 사후세계의 인식, 조상신 숭배, 원초적 종교의 유물이라고 말한다. 원시부터 전해온 조상신, 정령, 귀신을 숭배하는 샤머니즘, 무속신앙은 세계의 넓은 지역에 분포돼 있으며, 한반도는 중앙아시아를 거쳐서 전해진 것으로 추정한다. 샤먼은 돌아가신 조상의 영혼과 접신(接神)을 통해 미래의 길흉화복을 점친다. 많은 수도사의 공통점은 신에 대한 기도와 명상을 통한 엑스터시(황홀경에 빠지는 무아지경 상태) 체험이다.

우리의 건국신화는 하늘의 천신인 환인, 환인의 서자로 태백산에 내려온 환웅, 환웅과 웅녀(熊女) 사이에 태어난 단군 등 삼신(三神) 신화다. 원시 제정(祭政)일치사회의 씨족장은 정치와 군사지도자, 주술사, 치료사 역할을 담당했다. 무속신앙의 발상지인 중앙아시아 지역은 현재 무당이 거의 전무하다고 한다. 반면 우리의 무속인 숫자는 세계에서 가장 많다. 무속인, 역술인, 법사, 보살 등으로 호칭되는 인원이 언론보도에 의하면 최고 100만명 수준으로 소개되고, 최근 10년간 크게 증가세라고 한다. 인공지능, 유전자 분석, 우주탐험 등 최첨단 과학기술의 시대에 수천년 오래된 비과학적인 토속신앙이 민중의 삶에서 강하게 뿌리 내리고 있다.

우리 정신세계는 중국 고대문화와 사상에 크게 영향받았다.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의 하나인 음양가와 오행설은 기원전 3세기 ‘추연’이 만들었다. 음양오행설은 공자의 유학사상, 민중의 구복신앙과 맞물려 현재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오늘날 많은 이가 아들의 돌림자를 우주와 자연의 이치라고 설명하는 음양오행설의 상생(相生)원리인 ‘수생목, 목생화, 화생금, 금생수’ 순서로 이름을 짓고 있다. 중국에서 전해진 도교와 신선문화도 중요한 토속종교다. 중국의 도교는 노장자의 철학사상과 옥황상제를 믿는 전래의 민속종교가 합쳐서 만들어졌다. 현재 종로구 삼청동도 도교사원이 있던 지역명이다. 신선사상, 선녀이야기, 옥황상제 등 도교의 유물이다. 풍수지리설은 신라 말 도선, 조선 초 무학대사 때문에 유명하다. 풍수지리설은 중국에서 춘추전국시대에 도읍과 군사도시를 정하는 인문지리 목적으로 도입됐다. 우리는 묘지를 명당에 써서 조상의 음덕으로 후손의 발복(發福) 믿음으로 번성한다. 풍수지리설, 음양오행설의 발상지인 중국은 미신으로 현혹하는 도참(圖讖)사상으로 폄하해 거의 없어졌다.

반면 우리의 구복신앙은 최첨단 과학기술시대에 더 좋은 미래, 더 좋은 후손을 기원하는 민중의 기도처로 역할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 역설적으로 번창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세속권력과 종교권력은 많은 투쟁의 역사다.

이번 정부에서 목사 등 종교인 소득세 과세로 실속 없는 홍역을 치렀고, 최근 종교법인 소유 주택의 종부세 고율 과세, 불교사찰의 입장료 징수 등의 갈등이 있다.

일부 정치인이 유일신으로 믿는 현대종교는 선이고, 무속신앙이나 역술인 등 소수 토속신앙은 악이라는 선입견을 통한 진영논리가 극심하다.

조선시대 불교의 억압, 19세기 천주교 탄압 등 역사상 종교 갈등이 있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표현의 자유 보장도 필요하지만 상대방 종교의 자유도 존중하는 공존의 지혜가 필요하다. 수천년 동안 전래된 무형의 전통사상은 K-컬처 문화산업의 ‘상상력 원천’으로 중요하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관세청장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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