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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ESG와 공공외교의 새로운 지평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환경(Environment)과 사회(Social), 거버넌스(Governance)의 약자로 최근 민간기업들의 경영 패러다임 변화를 보여주는 용어이다. 협소하게 주주의 이익에만 머물지 말고 넓은 시야에서 이해관계자와 상생관계를 맺자는 것이 ESG 경영의 취지다. ESG는 기후변화와 녹색전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의 시대를 맞아 협소한 국가이익을 넘어서 인류의 보편이익에 이바지하는 국정운영의 필요성을 되새기게 한다는 점에서 공공영역의 아젠다로도 주목받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ESG가 던지는 함의는 공공외교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잣대라는 점에서도 발견된다.

사실 ESG의 취지는 공공외교의 논리와 통하는 바가 많다. 최근 공공외교에서는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매력외교’와 더불어 ‘모두에 본보기가 되는 규범외교’가 강조되고 있다. 국가 브랜드나 대중문화 콘텐츠를 중시하는 ‘문화공공외교’를 넘어서 궁극적으로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에 부합하는 ‘규범공공외교’가 부상했다. 예컨대 밀레니엄개발목표(MDGs)에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로의 이행과정에서 강조된 지속가능성의 추세는 글로벌 불평등 해소와 개발협력을 위한 국제사회의 책무를 부각시켰다. 인간안보 분야에서 보호의 책무(R2P)나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을 향한 지구적 노력은 개별국가의 이익을 넘어서는 인류 공통의 이익을 염두에 둔 외교적 행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최근 유행처럼 확산하는 ESG 담론에도 조심스러운 부분은 없지 않다. ESG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더욱 부담되는 부가비용이듯이, 선진국보다는 개도국에 더 부담되는 진입장벽이 된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 선진국들이 제시하는 탄소중립의 목표는 개도국들에게는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이름으로 부과되는 굴레일 수도 있다. 게다가 최근 ESG에 지정학적 경쟁의 프레임이 씌워지는 현상도 우려스럽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의 맥락에서 ESG는 서방 진영이 ‘게임의 규칙’을 바꿔서 서방 기업과는 다른 지배구조를 가진 중국 기업들을 길들이려는 술책이라고 지적되기도 한다. ESG는 보편적 가치의 준수와 국제적 책임의 이행, 정책과 체제의 우월성 등을 놓고 벌이는 미중 패권경쟁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SG의 담론이 한국 공공외교의 미래에 던지는 의미는 무시할 수 없다. 여태까지도 한국은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하고 국제협력과 평화를 선도하는 중견국으로서 개도국이 배우고 싶은 발전모델을 전파하는 규범공공외교의 발자취를 남겨 왔다. 녹색성장 외교나 유엔평화유지활동(PKO) 평화외교뿐만 아니라 ‘한국형 개발협력 모델’의 전파나 글로벌보건안보구상(GHSA) 참여, 제주 예멘 난민 수용이나 아프가니스탄 협력자 이송 작전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ESG 취지에 걸맞은 외교를 펼쳐왔다. 제20대 대선 이후 새로운 5년을 이끌어갈 ‘공공외교기본계획’의 수립을 앞둔 한국은 공공외교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차원에서 ‘ESG 공공외교’의 발상을 다듬고 이를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공공외교 추진체계의 정비에 힘써야 할 것이다.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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