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연설을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을 시작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공언한 대로 러시아를 향한 고강도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EPA]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을 시작했다고 규정하고, 그동안 공언한 대로 러시아를 향해 고강도 제재 포문을 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연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무력을 동원해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더 많이 잘라내 점령할 근거를 만들고 있다”며 “이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침략자’라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며 “우크라이나의 존속권(right to exist)을 훼손한 이번 행위는 국제법에 대한 노골적 위반”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연설은 푸틴 대통령이 전날 우크라이나 동부 분리주의 지역 2곳의 독립을 승인하고 러시아군 파병을 지시한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입장을 밝힌 자리였다.

우선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은행 2곳을 전면 차단하는 제재를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미 재무부는 연설이 끝난 후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인 VEB와 방산지원특수은행인 PSB 2곳, 그리고 이들의 자회사 42곳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정부의 돈줄을 옥죄기 위해 국가채무에 관련된 포괄적 제재 방침도 발표했다. 서방 금융시장에서 러시아 신규 국채가 거래되지 못하도록 해 러시아로 흘러가는 자금길을 완전히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 등 러시아 최상류층·신흥 재벌 5명에 대한 제재도 발동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군사적 맞불도 놓았다. 독일 등 유럽 내 다른 지역에 있는 미 병력과 군장비를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3국’으로 전진 배치할 것을 승인하면서다.

연설 후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즉각 관련 명령을 내렸고, 로이터통신은 미 보병 800명과 8대의 F-35 스텔스전투기, 32대의 AH-64 아파치공격헬기 등이 동유럽에 배치된다고 세부 내용을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연설을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을 시작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공언한 대로 러시아를 향한 고강도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EPA]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긴장을 고조시킬 경우 추가 제재를 포함해 훨씬 더 심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면서도 “수백만명이 고통받을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할 시간이 아직 있으며, 미국과 동맹은 외교에 여전히 열려 있다. 우리는 러시아의 말이 아닌 행동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백악관과 미 국무부는 기존에 진행 중이던 러시아와의 외교적 노력에 대한 중단을 선언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현실화로 이전과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판단에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이상, 더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나는 것이 의미 없다”며 오는 24일로 예정된 회담을 취소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같은 날 브리핑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중재로 추진됐던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졌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