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미국·유럽가는 LCC 나올 가능성 커졌다…대한·아시아나항공 합병 조건부 승인
일부 운수권·슬롯 반납 조건으로 합병 승인
LCC가 장거리 노선 진입할 수 있는 길 열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을 승인했다. 단 결합 후 뉴욕, 파리, 제주 등 일부 노선의 슬롯과 운수권(정부가 항공사에 배분한 운항 권리)을 다른 항공사에 이전하고 운임 인상은 제한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공정위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은 미국 등 6개국 경쟁 당국의 결론이 모두 나오면 이를 반영해 시정조치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사진은 2020년 11월 16일 인천국제공항에 계류중인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연합뉴스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조건부로 승인하면서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국제선 취항 등이 예상된다.

공정위는 22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국제선과 국내선 일부 노선의 운수권과 슬롯(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을 반납하는 조건으로 결합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조건은 통합 항공사의 점유율이 높은 노선에 신규 항공사의 진입을 유도하는 조치다. 그동안 대형항공사(FSC)만 운항했던 장거리 노선에 LCC들의 취항이 본격화될 수 있다.

공정위는 국제선 26개, 국내선 14개 노선에서 두 항공사의 합병으로 운임 인상 등의 경쟁제한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해당 노선에서 슬롯·운수권 이전(구조적 조치), 운임 인상 제한(행태적 조치) 등의 시정 명령을 내렸다.

대한항공은 서울~뉴욕·로스앤젤레스 등의 항공 자유화 노선에서 공항 슬롯을, 서울~런던·파리 등 항공 비(非)자유화 노선에서 슬롯과 운수권을 신규 진입 항공사에 이전해야 한다.

공정위가 시정 명령을 부과한 노선 대부분은 수익성이 높은 '알짜 노선'으로 평가받는다.

서울~런던·파리 등의 유럽 노선 등은 그동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운수권을 독점하고 있어 LCC의 진입 자체가 원천적으로 제한됐었다.

국내선에서도 통합 항공사가 보유하는 공항 슬롯을 반납하도록 해 LCC들의 제주 노선 운항 등이 확대될 예정이다.

공정위가 대한항공의 시정 조치 이행 기간을 기업결합일로부터 10년으로 규정하면서 LCC들은 장거리 노선 운항을 준비할 충분한 시간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사업성을 분석해 장거리 노선 취항 준비를 할 방침이다. 중대형 항공기를 도입한 하이브리드 항공사 에어프레미아도 통합항공사의 노선을 가져갈 경쟁사로 꼽힌다.

외항사 역시 인천국제공항 슬롯 확보를 통해 인천 운항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대한항공은 신규 진입 항공사가 특정 시간대 슬롯 이전을 요청할 경우 해당 시간대 슬롯을 내줘야 한다. 외항사도 그동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독점했던 인천공항 오전 시간대 슬롯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운수권·슬롯 회수 조치는 신규 진입 항공사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경쟁 항공사가 특정 노선에 취항하지 않는다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슬롯과 운수권은 유지되고, 독점이 불가피하다.

통합 항공사와 경쟁할 항공사는 국내 LCC이지만, LCC가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기 위해 대형기를 도입하는 등 사업모델을 전환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고정비를 절감해 항공권 가격을 낮춰 경쟁력을 확보한 LCC가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가 자칫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공정위가 일본·중국·동남아 등 중·단거리 노선의 경쟁 제한성을 작게 본 것은 LCC 입장에서 아쉬운 부분이다.

공정위는 경쟁 제한성을 판단할 때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을 묶어 서울 노선으로 획정했다. 공정위는 인천~나리타 노선에서 LCC들이 운항 중이라는 이유로 일본 노선의 경쟁 제한 우려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김포공항 출발·일본 하네다공항 도착 노선은 비즈니스 수요가 중심이고, 수익성이 높은 '알짜 노선'이기 때문에 LCC 입장에서는 불만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단거리 노선에서 통합 항공사의 독과점이 심화되고, 장거리 노선에서 LCC 대신 외항사가 진입해 국가 항공 경쟁력이 약화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10년은 기업 의사결정에 충분한 시간"이라며 "항공사들도 (해당 기간) 노선 재배분이나 포트폴리오를 다시 재구성할 수 있다"면서도 "국제선에서 경쟁 압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매우 긴요한 사항으로 국내 LCC 등의 적극적인 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th5@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