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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모에 손 벌려서 쌓아올리는 ‘청년희망’
청년희망저축 신청 개시
가족 돈 빌려 최대액 가입 가능
‘소득으로 재산형성’ 취지 어긋나
‘저소득 금수저’ 방지책 고민해야

“청년희망적금 들려고 하는데 자금이 부족해서 부모님께 좀 빌리려고요. 신청 자격에 문제가 될까요?” “가족이 대신 가입할 수는 없지만 가족한테 돈을 빌리는 것은 괜찮습니다.”(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글)

‘청년희망적금’ 가입 신청이 21일부터 시작된 가운데, 부모 등 가족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적금을 드는 사례가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당초 청년이 자기 소득을 기반으로 재산을 쌓는 방향을 설계했지만, 부모 등 가족 재산으로 재산을 불리는 꼼수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희망적금은 만 19~34세의 중·저소득 청년이 2년 만기 적금을 부을 경우 정부가 장려금(납입액의 3% 가량)을 지원해주는 상품이다. 금리, 장려금, 비과세 등 총혜택이 금리 10%대 적금과 맞먹는다. 이에 가입 가능 여부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미리보기’(9~18일 진행)에 200만명이 몰릴 정도로 관심을 받고 있다. 정부가 준비한 예산 38만명분의 5배를 넘는 수요다. 이에 첫날부터 고객 접속이 몰리면서 일부 은행 모바일뱅킹 앱의 접속이 지연되는 상황도 벌어졌다. 21일 오전 9시 30분 이후 KB국민은행 모바일뱅킹 앱인 KB스타뱅킹에서는 로그인이 불가능한 장애가 발생했으며, NH농협은행 모바일앱도 청년희망적금 가입 메뉴가 접속되지 않는 장애가 발생했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부산·대구·광주·전북·제주은행에서 가입 신청을 받는데, 출시 첫 주인 21∼25일에는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가입 신청 요일을 달리하는 ‘5부제 방식’으로 가입을 받는다. 21일에는 1991년·1996년·2001년생을 대상으로, 22일에는 1987년·1992년·1997년·2002년생으로부터 신청을 받는다.

가입에는 소득 제한이 있는데 지난해 총급여 3600만원 이하(종합소득금액 2600만원 이하)만 가입할 수 있다. 직업이 없어 소득이 없거나 소득이 있더라도 국세청을 통한 소득금액 증명이 불가능한 경우는 가입할 수 없다. 청년이 스스로의 경제활동을 통해 얻은 소득으로 재산을 형성하는 것을 지원한다는 취지다.

문제는 가족으로부터 적금 자금을 지원받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청년 자신의 소득·연령 기준을 만족하기만 하면, 가족에 대해서는 어떤 조건도 보지 않기 때문이다. 연소득 1200만원 청년이 자기능력으로는 매달 10만원씩 밖에 적금을 못넣지만, 부모에게서 40만원을 지원받아 50만원씩 넣을 수 있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부모 사업체에서 비공식적으로 일을 도와준 청년은 소득증명이 불가능해 가입대상이 되지 않는데, 별도의 직장을 갖고 있으면서 부모에게서 50만원 용돈을 받는 청년은 가입이 가능한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진짜 경제적으로 취약한 청년이 적금을 들 여력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부모 자금으로 적금을 넣는 문제에 대비했어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이 정책이 ‘청년층 자산 형성 기회가 박탈당했다’는 식의 세대갈등론에 대한 해법을 잘못 내놓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가족은 여러 세대가 하나의 경제공동체를 이룬 경우가 많은데, 세대 간 재산 대결 구도 자체가 허상이라는 것이다. 각각 4000만원씩 버는 34세 맞벌이 부부는 가입이 불가능한 반면, 34세 아내는 3600만원을 벌고 35세 남편은 6000만원을 버는 맞벌이 부부는 아내가 가입할 수 있는 역설적 상황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저소득층=사회적 약자’라는 등식도 구시대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가계 자산 누적과 양극화로 소득은 낮지만 부모 재산은 많은 ‘저소득 금수저’의 문제가 지적된 지 오래됐는데, 아직까지 복지 선별의 기준을 ‘수혜 당사자의 소득’만으로 나누냐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부모로부터 재산을 지원받을 수 있는 34세 청년과 재산을 지원받을 수 없는 35세 중 누구에게 지원하는 게 사회정의에 부합한가 의문”이라며 “저소득자가 강남 공공 임대 아파트에 살면서 부모 돈으로 외제차 끌고 다니는 식의 문제가 여러번 지적됐음에도 정책 설계 방식은 제자리”라고 꼬집었다.

김성훈 기자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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