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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중대재해 '공포' 법으로는 재해가 사라지지 않는다

‘사고 발생→대대적 언론 보도→고용노동부 압수수색…’. 지난달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건설 및 산업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고에 대한 흐름이다. 지난해에도 828건의 산재 사고사망자가 발생했지만 법 시행 이후 관심도는 부쩍 커졌다. 지난달 양주 채석장 붕괴(삼표산업), 이달 경기도 판교 신축 공사장 승강기 추락(요진건설산업), 전남 여천NCC 공장 폭발, 한솔페이퍼텍 협력사 직원 사망사고 등이 대표적이다. 발생 순서대로 번호까지 매겨진다. 법이 시행됐다고 사고가 한순간에 사라지기를 기대하긴 어렵다.

문제는 현장에서의 혼란이다. 법 시행 전부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왔다. 모호한 규정과 과잉 규제 논란도 이어졌다.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사고 시 최고경영자(CEO)는 1년 이상 징역과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심정’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기업들은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임명하고, 안전감시인력 투입도 늘린다. 그나마 이는 여력이 있는 대기업이나 가능하다. 중소기업은 관련 법 해석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곳도 많다. 대표가 구속되면 중소기업은 회사가 존폐위기에도 몰릴 수 있다. 여기서마저 양극화가 생긴다. 고용시장에서는 건강을 우려해 고령층이 배제되는 부작용이 벌써부터 생겨나고 있다.

아무리 완벽하게 준비한다고 해도 사고는 일어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여전한 법의 모호성과 과잉 규제로 법 시행 이후 기업들의 공포감이 갈수록 커진다는 것이다. ‘1호는 피했다’는 안도감은 잠시다. 단체로 매를 맞을 때 다른 사람을 지켜보며 자신의 순서를 기다릴 때처럼 ‘심리적 공포감’이 더 커질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말 관련 해설서를 내놨다. 하지만 부족하다. 사고 예방에 책임을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 대한 해석이 정확하지 않아 사고 때마다 따져봐야 한다. 예를 들어 안전책임자를 두고 있다면 대표이사가 면책이 되는지 해석이 분분하다. ‘일단 사고가 나면 죄를 묻겠다’는 식이니 책임소재를 가리는 과정에서 소송은 불가피해 보인다. 공교롭게도 이 법을 만들게 된 계기가 된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의 고(故) 김용균 노동자 사망사건(2018년 12월)과 관련해 원청인 한국서부발전 전 사장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결국 법 시행 이후 사고들에 대한 몇 차례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수년간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위헌 여부에 대한 다툼도 예상된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이 올해 가장 부담을 느끼는 규제를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꼽았다. 안전 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처벌 대상과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책임이 없거나 적은데 더 큰 벌을 준다면 누가 수긍하겠는가. 처벌규정 완화와 고의 중과실이 없는 경우의 면책 규정을 마련하는 등의 보완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 이를 반영해 기업인들이 이 법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의도가 있다고 해도 막상 현실에서 나쁜 결과를 내는 정책이라면 과감히 수정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그래야 중대재해처벌법이 공포가 아니라 중대재해예방법이 될 수 있다.

happy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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