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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리금 포기하고 빨리 접는 게 현명하죠”
권리금, 상상도 못하는 명동 가보니
사라진 관광객에 상가 절반이 공실
권리금보다 인건비·임대료가 더 무서워
10년전 전성기때보다 임대료 60%수준
의류·스포츠 브랜드 매장만 그나마 선방
중국 관광객들에 매출을 절대적으로 의존했던 명동 화장품가게들은 코로나19 2년을 거치며 직격탄을 맞았다. 사진은 화장품 점포들이 줄폐업을 한 명동의 모습. [헤럴드경제DB]

“권리금 그거 몇억원 받으려고 인건비랑 매달 나가는 임대료를 계속 낼 수가 없죠. 권리금보다 인건비와 임대료가 더 커요. 명동에선 장사가 안 되면 빨리 접고 나가는 게 현명한 겁니다.”(명동 A공인 대표)

지난 18일 기자가 찾은 명동상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의 직격탄을 2년째 맞으며 처참하게 붕괴해 있었다. 점포 두 곳 중 한 곳이 폐점했음을 눈으로 둘러보아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꼬마빌딩 한 채가 통으로 공실이 나온 것은 예사고, 폐점한 일부 1층 업체가 유리문에 신문지를 발라 놓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까지 느껴졌다.

이날 점심시간을 이용해 명동을 찾았다는 회사원 김모(28) 씨는 “급하게 운동화가 필요해서 신발판매점을 다녀오는 길”이라며 “회사가 근처여도 명동에 올 일이 없었는데 직접 와보니 분위기가 너무 침울해서 빨리 돌아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 부동산데이터업체 알스퀘어에 따르면 명동의 지난해 4분기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50.3%에 달한다. 명동 소규모 상가 절반은 비어있다는 의미다. 인근 광화문(21.7%)과 종로(9.8%)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상인들은 물론 건물 임대인들은 낙담하다 못해 절망하고 있다. A공인 대표는 “명동상권에 지금 권리금은 전혀 없고, 임대료도 10년 전에 비해 30~40%가 내린 상태”라고 귀띔했다.

명동 지역의 또 다른 공인중개사도 “아무리 명동이 요즘 저물었다고 해도 적정 임대료 수준이라는 것이 있는데 어떤 임차 대기자들은 너무 많이 깎으려고 한다”면서 “임대인한테 말해봐야 성사될 가능성은 없으니 제 선에서 돌려보내는 편”이라고 말했다.

명동상권의 침체를 가속화한 중국 관광객에 크게 의존하던 상권은 최근 변화가 감지된다. 중국 관광객이 사라진 자리를 명동의 상징성을 노린 대형 의류매장 등이 대체하고 있다. 실제 음식점과 화장품가게는 대부분 문을 닫은 반면 대형 의류·스포츠 브랜드 매장은 영업을 이어가는 곳이 꽤 있었다. 한 스포츠 브랜드매장 매니저는 “플래그십 스토어 등 대형 매장으로 들어온 곳들이 많아서 내국인들도 쇼핑을 하러 찾아오기 때문”이라며 “회사로서도 상징성을 위해 유지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한 등산 브랜드는 한 달여 전에 명동에 새로 입점했고, 국내 SPA 브랜드도 한창 개점 준비 중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새롭게 문을 여는 곳이 있는가 하면, 닫는 곳도 즐비하다. 명동상권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사거리 코너변의 아디다스 명동 브랜드센터가 곧 폐점하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아디다스와 같은) 법인들은 입점할 때 권리금을 내는 경우가 거의 없다”면서 “높은 임차료와 인건비에 비해 매출이 너무 적어 폐점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경 기자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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