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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아의 현장에서] “I am Gucci.”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는 물론 패션, 뷰티 브랜드를 넘나들며 올해 들어 유난히 눈에 띄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라이프스타일’이다.

패션 브랜드가 잡지를 발간하고, 레깅스를 판매하던 브랜드가 립스틱을 만들어 뷰티 시장을 공략하고, 스니커즈를 만들던 브랜드가 골프 의류 라인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백화점들은 홈 스타일링 큐레이션 콘텐츠를 만들거나 VIP 전용 와인 구독 서비스를 론칭하고 있다. 또한 대형 마트들은 용도에 따라 구분했던 리빙 공간을 콘셉트별로 나누어 리뉴얼하고 있다.

그리고서는 업계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강조한다. “우리가 ‘진짜’ 라이프스타일 기업이죠.”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왜 라이프스타일일까. 이제 한국 사회에서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단어는 단순한 트렌드 그 이상의 의미를 갖췄다. 바로 ‘세계관 변화’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2030세대)를 중심으로 ‘나다움’을 찾는 사람들이 나와 물질(물건)의 관계를 따지기 시작하면서 취향으로 파생되는 시장에 돈을 쓰기 시작했다. 가격 경쟁이 아닌 ‘브랜드 가치’를 내세워 “돈쭐 내줄 수 있는” 팬들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다.

이를 대변하듯 보여주는 표현이 “I am GUCCI”다. 미국 MZ세대는 “How are you?”라는 질문에 “I am fine thank you”라고 답하지 않고 이처럼 답한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미국 문화를 좋아하는 일부 MZ세대가 “아임 구찌”라고 말하기도 한다. ‘자기다움’으로 해석되는 동시대적 선망의 모습은 “Own the floor(나만의 무대)” “Love you more(널 더 사랑해)”, “Power in you(네 안의 힘)” 등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브랜드의 슬로건에서도 엿볼 수 있다.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단순한 만큼 흔하고, 흔한 만큼 어려운 이 질문이 소비 지형도를 바꾸기 시작한 건 사실 예견된 일이다. 그 실마리는 지난 2014년도에도 있었다. 그 해는 ‘미생’ 이후로 유례 없는 장기 독주를 이어간 책이 출간된 해다. 바로 행복하려면 남의 이목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책 〈미움받을 용기〉다.

이후 공감의 에세이가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으면서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더해지자 정신적 위로만이 아닌,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특히 MZ세대는 코로나19로 비롯된 제약을 뚫고 스스로를 설명할 새로운 방식이 필요해졌다. 지난해 MBTI(성격유형지표)와 같이 자신의 정체성을 말해주는 테스트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이제 브랜드는 소비자가 꿈꾸는 삶을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가격 경쟁의 늪에서 빠져나와 든든한 팬을 얻을 수 있다. “내가 사는 게 곧 트렌드”가 되는 시대에서 라이프스타일은 기업의 규모와 성격에 관계없이 사업의 성공을 결정 짓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패션, 뷰티, 리빙 등 유통 업종 간 경계가 무너지고 IT, 미디어, 전시까지 서로가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면서 무한 경쟁은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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