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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 칼럼] ‘흙의 날’ 기념하는 까닭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 제5조의2는 “농업의 근간이 되는 흙의 소중함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하여 매년 3월 11일을 흙의 날로 정한다”, 그리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제1항에 따른 흙의 날에 적합한 행사 등 사업을 실시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지난 2013년 필자가 국회에서 ‘흙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고, 2015년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흙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됐다. 흙의 날이 3월 11로 정해진 것은 농업과 연관이 깊다. 3월은 우주를 구성하는 천(天)·지(地)·인(人) ‘3원’과 다산 정약용이 강조한 상농(上農)·후농(厚農)·편농(便農)의 ‘3농’, 농업·농촌·농민의 ‘3농’을 뜻하고, 11일은 ‘흙 토(土)’자를 풀어쓴 것이다. 3월 11일 즈음이 본격적인 영농이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처럼 흙의 날을 제정한 취지는 법률에 명시된 바와 같이 ‘농업의 근간이 되는 흙의 소중함’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흙의 날이 제정된 지 7년 가까이 흘렀는데도 아직 국민적인 관심이 높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움이 따른다.

흙은 인류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토양이 망가지면 좋은 농산물을 생산할 수 없다. 농사 짓기 좋은 비옥한 땅을 ‘옥토(沃土)’라고 부르는 이유도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기본이 흙이기 때문이다. 흙이 건강해야 우리 땅에 사는 국민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흙이 사라지면 우리 농업이 사라지고, 먹거리가 사라지고, 인류의 생존기반이 사라지는 것이다.

흙은 인류가 마주하고 있는 기후위기에도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 토양 속에 저장된 탄소량은 대기 중이나 식물 속에 있는 탄소량보다 많다. 토양의 탄소저장능력을 늘리면 기후위기 완화에 도움이 되지만, 반대로 땅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이 늘어나면 기후위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최근 영국 엑시터대와 스웨덴 스톡홀름대 연구팀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토양의 탄소배출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이 세계 9천여 곳의 토양을 조사했더니 기온이 올라가면서 토양의 탄소저장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었다. 지구 기온이 상승하면 토양에서 더 많은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고, 이렇게 늘어난 탄소로 인해 지구온난화가 더욱 가속화되는 기후위기의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UN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이미 지구상의 토양 33%가 훼손되고 유기물이 손실된 상태다. 기후위기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유기농업 등 지속가능한 토양 관리를 통해 토양의 탄소보유량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간은 누구나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흙은 인류에게 먹거리를 제공하는 농경지로서의 역할을 넘어 태어난 곳이자 돌아가야 할 숙명적인 근원지로 인식된다. 그러나 그동안 도시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개발 위주 정책이 난무하면서 흙은 보전의 대상이 아니라 파괴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토양은 크게 훼손됐고 흙의 소중함도 퇴색돼 버렸다.

얼마 후면 제7회 흙의 날이다. 흙의 날은 우리 땅과 우리 농업, 농촌을 지키는 농민들에게 감사함을 되새기는 날이다. 기후위기를 막고 지구를 지키기 위해 흙을 되살릴 수 있는 방법과 실천을 고민하는 날이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그리고 지금이라도 지켜야 할 것들을 되짚어보는 날이다. 건강한 흙이 건강한 먹거리, 건강한 지구로 이어진다. 올해 3월 11일은 국민 모두가 함께 흙의 날을 기념하고 흙의 소중함을 기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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