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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리스크’ 시장에 도는 시나리오3
① 돈바스 지역 독립
일부지역 함락땐 영향 제한적
서방 경제제재 명분확보 애로

② 동부 친러 지역 무력 확보
러 군사행동땐 서방 반격 촉박
국제유가 120달러 상승 가능성

③ 러, 우크라 함락
나토·회원국 모두 안보에 위협
원자잿값 상승·긴축 가속 전망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이 계속되는 가운데 향후 전개될 수 있는 시나리오에 대한 관심이 높다. 대규모 무력 충돌이 발생하지 않으면 시장 영향이 단기에 그칠 수 있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광범위하게 확보할 경우 글로벌 경제와 시장에 큰 충격이 전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KB증권은 17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무력 충돌 강도에 따른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독립이다. 두 지역이 독립하더라도 국경에 자리한 대규모의 러시아 병력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섣불리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러시아의 무력 없이 우크라이나 영토를 확보하면 미국과 유럽의 군사적 대응은 정당성을 잃고,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도 어렵게 된다. 이 경우 국제유가는 100달러를 상회할 수 있으나 단기에 그치며 이후 반락해 연말 80달러 수준으로 하향 안정화될 전망이다.

두 번째는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지역을 러시아가 무력으로 확보하는 시나리오다. 러시아가 빠르게 군사력을 행사하면 서방이 명분을 쌓고 반격할 시간이 부족해진다. 강한 경제 제재를 시행하기는 어렵겠지만 제재 강도는 첫 번째 시나리오에 비해 강해질 수 있다. 국제유가는 120달러 수준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으며 하향 안정에도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우크라이나 전부를 러시아가 확보하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우크라이나를 무너뜨릴 정도의 강한 압박으로,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영국 정보부는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친러시아 정부를 수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분석을 공개했다. 분석이 맞다면 세 번째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한 셈이다.

이 경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과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나토에도 위협으로 읽혀 장기적으로 러시아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을 정도의 제재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가 이에 대응해 유럽으로의 에너지 공급을 줄이면 유럽 경제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원유와 천연가스 재고를 확보하려는 수요가 높아지고, 곡물 등 전반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면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긴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아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시장의 우려 속에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최근 1개월 동안 9.47% 급등하며 배럴당 90달러선을 웃돌고 있고,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소맥 가격도 1개월 간 7.63% 뛰었다.

반면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되며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개월 전 95.26에서 17일 95.81로 상승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2% 밑으로 내려갔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 발발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외신들의 보도와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의 포격을 둘러싼 진위 여부를 두고 불확실성이 계속되며 금융시장 내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강한 무력 충돌이 발생하지 않고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시장의 경계심도 차츰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의 갈등이 길어질수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작아질 전망”이라며 “시장의 우려가 작지 않아 보이지만 관련 소식들이 반복될수록 시장은 무뎌질 것이다. 지금 시장의 관심은 전쟁 여부에 쏠려 있지만 향후 금융시장에의 영향은 미국·유럽의 러시아 경제 제재 강도, 에너지 시장에서 러시아의 대응 방식이 핵심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현경·이세진 기자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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